미국의 첨단 의료시설에서 지난해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수퍼박테리아'가 퍼져 6개월 새 6명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에 위치한 미 국립보건원(NIH)에 지난해 6월 한 중년 여성이 실려왔다. 이 여성은 수퍼박테리아 중 하나인 '폐렴간균'에 감염된 상태였다.
병원 측은 박테리아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 여성을 중환자실에 격리조치했고, 담당 간호사가 다른 환자와 접촉하는 것도 금지했다. 또 이 환자의 병실을 출입하는 모든 의료진에게 장갑을 끼도록 조치했다.
이 환자가 입원했던 한 달여 간 병원 측은 수퍼박테리아 전파를 효과적으로 막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환자가 퇴원하고 몇 주 뒤 입원 환자 3명이 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병원은 발칵 뒤집혔다.
병원은 이후 몇 달 동안 '수퍼박테리아와의 전쟁'이라고 불릴 만한 대대적인 병원감염 저지 작업에 들어갔다. 중환자실에 새로 차단벽을 설치한 뒤 감염자들을 옮겼고, 혈압측정 가압대 등 반복사용이 가능한 장비들도 모두 1회 사용 후 폐기하도록 했다. 또 병동의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직장(直腸) 조직 검사를 실시했고, 직원들이 장갑 착용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모니터 9대를 설치했다. 병원 내 모든 도구와 가구도 박테리아가 묻어 있는지를 검사했다. 식수대와 에어컨 시스템에서 문제의 박테리아가 발견되자 배관시설을 모두 뜯어내고 새로 교체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에선 지난 연말까지 17명이 수퍼박테리아에 감염됐다. 수퍼박테리아가 혈관까지 침투한 6명은 사망했다. 이 같은 사실은 NIH의 연구원이 이번 주 발간된 한 의학저널에 관련내용을 기고하면서 알려졌다. WP 등 미 언론들은 "연구 예산만 한 해 3000억원에 달하며 첨단 시설을 갖춘 NIH조차 수퍼박테리아를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볼 때 다른 병원에서는 훨씬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