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쉬는 도시국가 우룩의 왕으로 반신(半神)이었으며 잘생기고 총명한데다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1] 온세상을 둘러보고 우룩으로 돌아온 후, 그는 자신보다 강한 자가 없다는 사실에 취해 자만에 빠져 허구한 날 백성들을 괴롭히고 싸움 좀 한다는 남자들은 다 두들겨패며 악행을 일삼았다. 그중 최고 막장짓이라 할만한 게 초야권으로 결혼하는 처녀들의 첫날밤을 자신이 치룬 것.


 

참다못한 백성들이 천신 아누에게 길가메시를 벌할 것을 호소하자 아누는 창조의 여신 아루루를 시켜 엔키두를 만들었다. 엔키두 역시 매우 강했으며 몸통은 온통 털로 덮여 있었고 여인처럼 긴 머리칼이 소의 몸 같은 그의 신체 위를 덮고 있었다.


 

문명화된 땅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던 엔키두는 동물들과 같이 풀을 뜯고   물웅덩이 근처에서 살았다. 얼마 안가 희한한 짐승이 있다는 이야기가 우루크에 퍼졌다. 이 와중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으나, 결과적으로 이슈타르 신전의 창녀 샴하트가 엔키두와 6박 7일을  동침해 그의 야수성을 벗겨내었다. 샴하트와 일주일간 쉬지도 않고 붕가를 한(...) 엔키두가 본래 친구들인 짐승들에게 다가가자 짐승들은 엔키두를 피했고, 이제 엔키두는 그들의 말도 알아들을 수 없었으며 예전처럼 그들을 쫒아갈 만큼 잘 달릴 수도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처럼 지혜로워졌다.


 

이에 샴하트가 말하길 "당신은 지혜로워졌어요, 엔키두. 이제 당신은 신처럼 되었어요.(중략) 아누와 이슈타르의 신성한 신전으로, 길가메시가 사는 곳으로 모시고 갈게요. 왕은 워낙 강해 야생 황소마냥 젊은이들에게 자기 힘을 과시한답니다."


 

엔키두는 그녀의 안내에 따라 우루크에 도착하고, 백성들의 호소를 듣고 분노하게 되었다. 곧 그에 대한 이야기는 길가메쉬에게도 들어간다. 길가메쉬는 어느 누가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겠냐며 화가 나서 그에게 결투를 신청하지만, 길가메쉬가 먼저 무릎을 꿇어버리고, 그는 어린애처럼 주저앉아 울어버린다[2]. 둘은 화해하고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그 후 둘은 영웅으로서 온갖 행적을 남긴다. 엘림 산의 훔바바를 무찌른 것도 이 때. 태양신 우투는 본인의 신전을 그 산에 짓고 싶었으나, 엔릴의 명령으로 산지기가 된 훔바바를 직접 죽일 처지는 아니였다.[3] 결국 우투의 사주 + 때마침 그 구역까지 영토를 넓히고 싶었던 길가메쉬는 엔키두와 함께 훔바바를 무찌르러 갔고, 실제로 무찔렀다. 자세한 과정은 훔바바 항목 참고.


 

여담으로 길가메쉬가 훔바바를 무찌르러 가자고 할 때는 조목조목 반대하며 만류했던 엔키두는 정작 훔바바를 잡은 길가메쉬가 훔바바의 애원에 측은함을 느껴 살려주려고 하자 "ㄴㄴ 후환이 두려우니 당장 죽여야함 ㅇㅇ"... 전승에 따라서는 길가메쉬가 자비를 베풀어줄까 했지만 엔키두의 설득에 마음을 바꿔 훔바바를 죽였다고 하기도 하고, 엔키두의 반대에 빡친 훔바바가 엔키두를 욕하자 엔키두가 그자리에서 훔바바의 목을 쳐 죽였다고도 한다. 어느쪽이든 이 일은 이후 엔키두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후엔 그 산에다 우투의 신전을 지었다.


 

그 명성이 하늘까지 알려질 정도가 되자, 풍요의 여신 이슈타르의 눈에 길가메쉬가 들어왔다. 이슈타르는 길가메쉬에게 고백을 하지만 길가메쉬는 그녀의 악명을 알고 있었기에[4] 모욕적인 언사와 함께 그녀를 무시한다. 이 때 이슈타르에게 퍼부은 언사는 한 줄로 요약해 님은 된장녀인데다 님 구남친들이 무슨 꼴 됐는지 내가 다 아는데 어떻게 사귀겠음? (...) 당연히 화가 난 이슈타르는 아버지인 아누에게 부탁해[5] 하늘의 황소를 지상에다가 풀어놓는다.


 

하늘의 황소는 대지를 황폐하게 만들고 성을 부숴 많은 백성들이 고생하게 된다. 결국 길가메쉬와 엔키두가 나서서 하늘의 황소를 무찌르게 되는데, 길가메쉬는 신의 짐승이라 망설였으나 엔키두가 나서서 황소를 죽여버린다. 그걸 본 이슈타르가 기가 막혀하자 엔키두는 자신의 친구에게 손 끝 하나 대지 못할 것이라며 황소의 넓적다리를 잘라 이슈타르에게 던지며 그녀를 모욕한다.


 

결국 하늘에서는 황소의 죽음으로 회의가 일어난다. 길가메쉬는 신의 피가 섞인지라 죽일 수 없었으므로, 결국 그들의 창조물인 엔키두가 죽는 걸로 결정이 된다. 결국 엔키두는 병에 걸려 죽게 된다. 이 때 길가메쉬의 품에 안겨서 죽었다고 하며 이후 시체에서 벌레가 나올 때까지 그 시체를 길가메쉬가 안고 있었다고 한다.... 애통해하던 길가메쉬는 죽음에 대해 무언가 느낀게 있는지 불사를 추구하게 된다.


 

길가메쉬는 불사의 방법을 얻기 위해 우트나피시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에 여관주인을 만났지만 여관주인은 "그런 허무한 생각은 버리고, 차라리 궁궐로 돌아가 노는게 낫다. 신들은 불로불사지만 그런 즐거움은 누리지 못한다" 라고 했고, 우트나피시팀을 찾았지만 신은 더 이상 인간에게 불로불사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거절당한다. 대신 7일동안 잠을 자지 않는다면 신들이 올테니 그때 불로불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길가메쉬가 7일 안에 잠들어서 실패.


 

그러나 길가메쉬가 불쌍해 보였던 우트나피시팀의 아내가 남편더러 길가메쉬에게 선물을 주라고 부탁했고 아내의 부탁으로 우트나피시팀은 불로초가 있는 곳을 가르쳐준다. 이에 불로초를 찾아 심연으로 가서 불로초를 득템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연못에서 목욕하다가 이 불로초를 스틸하고 껍질만 남겨두고 튀어서 망했어요.


 

우룩으로 돌아와서 한탄만 실컷 하다가 잠이 든 길가메쉬는 꿈 속에서 신들을 만나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죽으면 저승의 왕이 될 수 있으니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말을 듣는다. 꿈에서 깬 길가메쉬는 자신의 여태까지의 행적을 돌에 새긴 후에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의연하게 죽는다.
Posted by 돈오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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