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물질세계의 미래는 어둡다. 어둠을 밝힐 영성(靈性)이 필요하다. 어쩌면 미래에 물질과 영성이 ‘아마겟돈(인류 최후의 전쟁)’을 벌일지 모른다. 당신은 미래를 어떻게 보나. 미래에 희망은 있는가.”(베르나르 베르베르)
“시작을 모르는데 끝(미래)을 어떻게 알 수 있나. 당신과 내가 얘기하는 지금이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이며, 바로 지금이 희망이다.”(현각 스님)
22일 오후 프랑스 파리 15구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2) 자택 거실. 한국 선(禪)불교 포교차 프랑스를 방문한 현각 스님(40)이 베르베르와 만났다.
한국에도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베르베르는 정신세계와 동양철학에도 조예가 깊다. 그의 대표작 ‘개미’를 상징하는 커다란 조형물 아래서 이루어진 대담에서는 정신세계의 ‘고수’들답게 선문답이 오갔다.
▽베르베르=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관용을 담고 있다. 세계를 한 가지 방법으로 보지 않고, 모든 게 상대적이라고 보는 것이 관용 아닌가. 아인슈타인 자신도 ‘종교는 영(靈)과 물질의 세계를 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불교가 그런 종교라고 생각하지만, 불교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현각=당신과 내가 이렇게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베르베르=그런 방법으로 중국으로부터 박해받는 티베트인들을 구할 수 있나?
▽현각=티베트인들이 자신을 박해하는 사람에 대한 미움에 집착하지 않고 그들에게 동정(同情·Compassion)을 느낀다면 어떨까?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측은하게 여기는 동정이야말로 육신의 박해를 뛰어넘는 최고의 가치다.
▽베르베르=나는 조화(Harmony)를 중시한다. 인류 역사는 수백만년에 지나지 않지만 1억년 전에 지구에 나타난 개미는 우리에게 조화를 가르쳐 준다. 붉은개미를 관찰하면 일을 능률적으로 하는 그룹과 비능률적으로 하는 그룹, 아예 놀고먹는 그룹이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조화롭게 산다. 인간은 개미 같은 지구상의 다른 ‘이웃(생명체)’과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
▽현각=당신은 컴퓨터로 사유하는 스님이다.
베르베르는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과 문학을, 하버드대에서 종교철학을 전공한 미국인 엘리트가 기독교를 떠나 한국 불교에 귀의한 배경을 궁금해 했다. 현각 스님은 “나는 아직도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비행기에 앉아 있는 것처럼 나는 움직이지 않는데 (사실은) 움직이고 있다”고 답했다. 19일부터 프랑스 대학생 대상 강연과 TV 출연 등을 해온 현각 스님은 26일 영국으로 건너가 포교할 예정이다.
▽베르베르=두려워하는 게 뭔가?
▽현각=미국 공화당이다(웃음). 두려움은 습관이다. 두려움이 마음을 지나가게 하면 남는 것(두려움)이 없다. 누군가 달라이 라마에게 물었다. ‘티베트를 걱정하느냐’고.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했다. ‘티베트를 걱정한다. 그러나 그 걱정에 빠지지는 않는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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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래지향적인 나라입니다. 항상 미래를 향해 열심히 달려나가는 나라죠. 또 모든 창의적이고 독특한 것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젊은 나라`예요. 그것이 제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이자, 한국 독자들이 저를 사랑해주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있으니까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유독 한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출판사 측은 그의 책이 국내에서만 500만부 가까이 팔렸다고 밝혔다. 베르베르 데뷔작인 `개미`는 150만부가량 팔렸다. 그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한다. 작가 자신은 이런 인기 원인이 "늘 새로운 것을 찾는 한국인 기질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보내주는 뜨거운 사랑이 다행히도 `짝사랑`은 아니다. 작가는 "한국은 작가로서 나를 발견해 준 최초의 나라"라며 한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과시한다. 첫 작품을 펴냈을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그의 가치를 가장 처음 알아봐준 것이 바로 한국 독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베르베르는 한국 독자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고 싶어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고맙습니다`를 비롯해 간단한 한국말을 직접 배우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은 "프랑스에 이은 제2의 조국"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베르베르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작품 속에 한국인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간혹 표현된다. `신`에서 `은비`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 소녀를 등장시킨 것이 한 예다.
한국인이 주인공인 작품도 있다. 최근 번역ㆍ출간된 `카산드라의 거울`이다. 미래를 보는 소녀 `카산드라`와 왕년의 외인부대원, 한국인 컴퓨터 천재 김예빈 등 노숙자 네 명이 재앙을 예견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다.
베르베르는 "어쩔 수 없이 순응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필수"라며 "다가오는 미래에는 모두가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작품 배경을 쓰레기 하치장으로 설정한 것은 "하다못해 쓰레기 하치장 같은 곳에서도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본 독자들은 `한국인 주인공`에 대해 약간 실망감을 표했다. 등장인물 `김예빈`은 주인공 `카산드라`에 이은 주요 등장인물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주인공은 아니다. 게다가 그는 `탈북자` 출신 프랑스인. `주인공인 남한 사람`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실망하기도 했다.
그는 "김예빈을 탈북자로 설정한 것은 북한에서 발생하는 불행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김예빈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탈출하고자 애쓰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르베르는 "한반도 문제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온 마음을 다해 대한민국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저는 중세시대적인 북한 정권이 현대 민주주의 정권으로 교체되는 것으로 끝을 맺기를 바랍니다. 또한 하루빨리 두 한국이 통일되어 헤어진 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는 또 "한국은 미래가 매우 밝은 나라"라고 평가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만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강한 생존력에 놀라게 된다고도 했다. 그는 과학 기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 역시 한국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한국 독자들을 만날 때면 늘 기대를 갖게 됩니다. 새로운 작품을 낼 때면 한국 독자들이 어떻게 평가해줄지에 늘 관심을 갖게 되고요."
"지금껏 출간된 작품보다 아직 발표하지 못한 것들이 더 많다"는 그에게 끝없는 상상력이 솟아나는 원천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규칙적으로 상상하는 습관`이 비결"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상상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전 8시부터 난 12시 30분까지 매일 4시간30분 동안 글을 씁니다. 그런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비현실적인 것(상상)이 현실(글)이 되는 경험을 하지요.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여행도 많이 하고요."
또한 그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주체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이 하라는 대로 해서는 절대로 창의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율이 곧 창조를 의미한다"며 "스스로 자기 운명을 이끌어나가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역시 중요하다. 자신이 상상하고 꾸며낸 것들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은 그것을 현실 세계로 끌어올 힘 또한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는 자기 능력과 개성을 펼치는 데도 꼭 필요한 요소다.
그는 "인간에게는 누구나 인생과 우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믿는 것이 필수"라고 피력했다.
그는 지금껏 창의력과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주로 써왔다.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작품 `개미`는 개미 시각으로 사랑과 반역, 투쟁을 그린 작품. 개미 생태에 대한 세밀한 묘사에 녹아 있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작품을 한층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그 밖에도 사후 세계를 탐험하는 이야기 `타나토노트`를 비롯해 `천사들의 제국` `파피용` 등 그의 작품은 출간 즉시 서점가에서 화제가 되곤 한다.
베르베르가 상상 속에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의 소설이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기발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결국은 현실을 꼬집어 보여주기 때문이다. 베르베르 역시 "나는 상상을 통해 현실을 이야기한다"며 "(글을 쓰는 데 있어서는)상상과 현실을 잘 구분해내는 현실감을 잃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글쓰기란 여러 가지를 실험해볼 수 있는 실험실과 같다"고 말하는 베르베르는 매일 작은 노트북PC 하나를 들고 집 근처 카페에 나가 글을 쓴다. 다음 작품으로는 " `개미` 작품 정신에 기반한 장대한 소설 두 편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생각이란 마치 바이러스처럼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퍼져나간다"며 "그래서 소설과 문학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저는 제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아마 다른 모든 작가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가 가진 생각을 누군가가 평가하고 비판한다는 사실에 겁을 먹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두려움을 버리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간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해 고등학교 때에는 만화로 된 신문 `유포리`를 발행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프랑스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했다. 1991년 120여 회의 개작을 거쳐 출간한 소설 `개미`로 단숨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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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사랑한다
일찍이 스피노자는 말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능력만큼 신을 만난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노력만큼, 능력만큼, 의지만큼 사랑에 더 깊이 다다를 수 있다. 즉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남자가 있다. 그가 생각하는 진짜 사랑이란 그녀를 자신의 울타리에 넣어 아끼고 보호하는 일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날마다 사랑을 고백하고, 좋은 것들을 집안에 가져다 나르고, 여자의 안전을 위해 울타리를 수리한다. 그녀를 이 위험한 세상에 절대 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여자를 온전히 자신의 시야에 묶어둔 남자는 이제 자신의 지고지순하고 완벽한 사랑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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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고 창의력 있는 사람이 되려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이 하라는 대로 해서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경지죠. 자율이 곧 창조를 의미하는 셈입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9)가 가장 강조한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였다. 12일 서울대에서 강연회를 연 베르베르는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서 서로 비슷해질 필요도 있지만 개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인생의 운전대를 잡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1994년 이후 다섯 번째다.
그는 "인간에겐 누구나 인생과 우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먼저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기를 믿지 못하면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없고, 결국 어떤 일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낸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베르베르는 "사회 분위기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 커서는 학교와 직장에서 잡아주는 방향대로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사람들이 식당에서 메뉴를 쉽게 고르지 못하는 사례를 이야기하며 "조그만 일에도 자유의지를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큰일"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가 자유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가져가 버린다. 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르베르는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어떤 사회는 자유를 주면 사람들이 반기를 들까봐 두려워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게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은 자유를 항의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사회에서 더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 쓴다는 얘기였다.
그는 "작가가 되길 원한다면 자유롭게, 두려움 없이 쓰는 자세를 가지라"는 조언도 했다. "위대한 예술가들도 특이한 작업방식 때문에 처음엔 비판을 심하게 받았다"며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내든 자신감을 가지고 세계를 만들어 가라"고 주문했다. 또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끝까지 작품을 완성할 것, 쓰는 행위 자체를 즐길 것 등을 강조했다.
베르베르는 한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도 드러냈다. 사실 프랑스에서 무명 작가에 불과했던 그를 먼저 알아준 것은 한국 독자들이었다. 베르베르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최신작 `카산드라의 거울`(2009년 10월 프랑스 출간)의 주인공을 한국인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쓰고 있는 작품도 완성이 다 되어가는데 아무래도 서울의 호텔방에서 끝낼 듯하다"며 "한국은 나와 참 깊은 인연이 있는 나라"라고 밝혔다.
현재 `2010 서울 국제도서전`에 참가 중인 베르베르는 같은 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독자와의 만남` 행사도 가졌다. 14일까지 사인회 등의 일정을 더 소화할 예정이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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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가 만난 상상력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행복 읽기
《“모든 인류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47)는 현실의 처방전과 알약을 동시에 삼키는 남자다. 처방전은 ‘불안’이며 알약은 ‘행복’이다. ‘개미’와 ‘뇌’, ‘파피용’ 등 다양한 과학 소재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베르베르는 개인적인 불안증 탓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거대 조직이 개인을 짓누르고 있고, 매일 매일 공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지만 그래도 인간은 행복해야 한다. 행복은 베르베르에게 당위명제다.
“앞으로 세상을 구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여자일까? 한국인이 될 수도 있다.”
베르베르는 책을 써갈수록 철학적인 문제들에 빠져든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신성’이다. 인류의 행복을 위해 꾸준히 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옛날에는 종교라는 게 필요했다면, 지금은 ‘정신성’의 시대다.
베르베르는 ‘현대의 정신성’에 대해 고민 중이다. 한국 영화 ‘올드보이’와 ‘원더풀데이즈’를 좋아하는 베르베르, ‘세계를 구원하고 사랑을 찾고자’ 하는 주제는 모두 그의 화두다.베르베르가 스포츠 동아 독자들에게 최근 그만이 찾아가고 있는 독특한 행복의 방법을 들려주었다.》
베르베르는 유쾌한 남자다. 우리나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베르베르에게 한국 이름을 선사한다면 성은 유요, 이름은 쾌한으로 하는 게 어떨까?
‘유쾌한 씨는 유쾌하기도 하지’ 우리나라 ‘삐삐밴드’의 노래(유쾌한 씨의 껌 씹는 방법)가 베르베르를 보는 내내 입가에 맴돌았다. 어떤 질문이든 ‘유머’를 섞어서 답하려고 노력했고, 강연회가 끝난 직후라 부담감이 사라졌다며 즐거워했다.
- 기자에서 소설가로 전업했다. 베르베르의 기자 생활은?
“내가 직업을 바꾼 건 직장생활을 견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20명 정도의 기자가 일했는데, 거기서 치프(chief)만 100명이었다. 우리는 멕시코 군대라고 불렀는데, 모두가 상사인 셈이었다. 나는 단순히 기자로서 기사만 쓰고 싶었고 상사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동료들이 여러 사건들, 음모를 꾸미는 걸 보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떠났다. 스물다섯에서 서른까지 기자의 기억은 나쁜 것밖에 없다. 위계질서 속에서 생활하는 게 참 끔찍했다. 그래도 기사를 썼다는 건 좋았다.”
- 작가로서의 만족은?
“작가는 한 가지 꼭 치루는 대가가 있다. 외로워야 한다. 방안에 갇혀서 10년 동안 일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래도 정기적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면 쉬운 직업이다. 자기 자신이 상사가 되는 것이다. 정시에 와서 자기가 시간을 주고 쓰면 된다. 독립성이 강하고 자립성이 강해야 한다.
나는 내 기사를 보고 검열을 하고 끊는 상사가 없어서 정말 좋다.(웃음) 내 목적은 대중들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쓰는 것이다. 어떤 상사에게 종속된 게 아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내 능력에만 달려 있다.”
- 소설가 베르베르에게 책이란…
“좋은 책은 거울과 같다. 독자가 직접 자신을 찾는 것이다. 책은 독자가 직접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창작자가 되는 활동이다. 영화를 볼 때는 이미지를 구태여 만들어내지 않는다. 책은 다르다.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고 했을 때 그 모습을 그려내는 건 독자의 몫이다. 그게 문학의 힘이다.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내 작품을 영화로 만든다면 10시간이나 12시간 분량이 될 것이다. 만약에 그렇게 만들면 보는 분들은 자기 나름대로 속도를 조절해서 보고 싶은 부분만 보면 된다. 내 다음 작품 ‘신’ 시리즈 중 마지막 ‘신들의 미스테리’는 독자들에게 헌정한다고 썼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가족 싸움, 비디오 게임, 스포츠, 나이트클럽, 잠’ 이러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같이 꿈꿔온 것을 위해서, 그리고 몇 시간을 위해서 이 책을 집은 모든 독자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내가 소설을 쓰는 건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나는 쓰고 있고, 내 책은 책대로 팔리겠지 하고 있을 거다.(웃음) 나는 내 작품을 아빠가 자기 자식을 키우듯이 끔찍이 돌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내 직업을 사랑한다.”
- 베르베르는 글을 쓸 때 습관은…
“나는 글을 쓸 때 항상 듣는 음악이 있다. 잠깐 들려드리면…(베르베르는 휴대폰에 저장된 곡을 들려줬다) 1분 정도밖에 안 된다. 이 음악을 들으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 가사가 있는 음악은 가사를 귀 기울여 듣기 때문에 글을 쓸 때는 가사 없는 음악을 듣는다. 영화음악 같지 않나? 분위기 돋워주는 음악이다. 즐거운 에너지가 분출된다. 그리고 리듬에 맞춰 타이핑을 치게 된다.(베르베르는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이 타이핑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나의 테마가 발전하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게 글 쓸 때 도움이 된다.
Mike Oldfield의 ‘Harbinger’라는 곡이다. (독자들도 이 음악 리듬에 맞춰 글을 써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일 것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 베르베르가 행복했던 순간과 행복의 조건은…
“내 아들이 태어난 것은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경험이었다. 이혼했을 때 자유를 되찾은 듯한 기분도 그랬다. 나를 위한 사람이 아니면 결혼은 다시 안 할 것 같다. 그리고 ‘내 친구 지구인’ 영화 상영도 행복했다. 한국 영화는 ‘올드보이’와 ‘원더풀데이즈’를 좋아한다. 내 영화가 한국에서도 개봉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 아침 컨퍼런스가 끝나고 기뻤다 ! 제대로 못할까봐 너무너무 겁이 났다. 중요한 분들도 많고… 발표가 끝났을 때 굉장히 행복했다.
행복이라는 건 현재를 이해하고 완전히 의식하는 것이다. 항상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바란다. 그래서 신경질적이 된다. 배우자가 좀 더 나은 사람이었으면, 돈을 더 많이 벌었으면 하고 계속 바란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잘하는 걸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마 여러분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이런 행동은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인간이 괴로운 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요구한다. 현실 세계에서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몸을 꽉 조이고 있는 걸 푸는 것이다. 하루 종일 벨트를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다른 사람과 시비가 붙게 된다. 주변에 동료랑 잘 싸우는 사람을 보면 아마 벨트로 꽉 조이고 있을 거다.(웃음)
사소한 것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합성섬유 말고 면으로 된 옷을 입어라. (이 말을 마친 뒤 인터뷰 사무실의 전등과 에어컨을 끄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간에게는 ‘유머, 사랑, 예술’이 있다. 인간의 뇌가 아니면 배우기 어려운 것이다. 로봇이 나무 붙잡고 상상할 수 없지 않나.”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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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진정한 인간은 성장을 포기하고 조화라는 진정한 의미를 추구하는 의식을 가진 존재다. 이런 인간은 아직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인간은 원숭이와 진정한 인간을 잇는 중간적 존재가 아닐까."
'뇌'와 '개미', '파피용'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 씨는 30일 오전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월드사이언스포럼 2008 서울' 특별강연에서 인간 의식의 발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은 1천500여명이 강연장을 채우고 830여명이 또 다른 강연장에서 화면으로 강연을 지켜보는 가운데 베르베르 씨의 강연과 청중과의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베르베르 씨는 침팬지와 사람에 대한 실험과 인공지능, 영화 '2001 오디세이' 등을 예로 들며 인간 지능의 장점과 불완전성, 컴퓨터 또는 로봇과의 차이 등을 설명하며 뇌와 의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개했다.
그는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 또는 로봇을 구분해주는 것은 감정적인 면일 것"이라며 "사람이 컴퓨터 등 기계와 가장 많이 다른 점은 유머와 사랑, 예술 등의 측면"이라고 말했다.
농담을 할 수 있는 능력과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생식의 욕구를 넘어서는 순수한 사랑, 생존과 관계가 없이 미를 추구하는 예술은 신경과학자들의 뇌 연구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컴퓨터는 분명히 계산이나 기억용량은 인간보다 훨씬 우세하지만 인간에게는 의식이라는 것이 있다며 의식은 아직 많이 연구되지 않은 영역이지만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의 습관과 전통이 인간의 의식을 축소하고 제약한다며 이제 이런 요소로부터 벗어나 우리의 야망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라고 강조했다.
베르베르 씨는 진짜 똑똑한 뇌는 자신만을 위해 기능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모든 생명체와 하나가 돼 작동하는 뇌라며 서로 자동으로 교감할 있는 의식을 갖출 때 진정한 인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미는 자신을 전체를 이루는 하나의 세포로 여기고 개미집이 존재하는 한 자신이 죽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외부 침입시 거리낌 없이 자신을 희생한다며 그것은 바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영생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인간도 언젠가 그런 지혜를 얻어 성장을 포기하고 조화라는 진정한 의미를 추구할 만큼 똑똑해지기를 바란다며 그런 의식을 가진 진정한 인간은 아직 지구에 존재하지 않고 현재의 인간의 원숭이와 진정한 인간을 잇는 중간적 존재가 맞는게 아닐 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간의 뇌는 의식을 우주로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저마다 의식을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좋은 교육이 이루어진다며 우리 손자나 그 후에는 그런 인간의 등장이 가능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베르베르 씨는 이어 질의 응답에서 자신이 했던 실수를 묻는 질문에 자신은 하고자 했던 것에서 대부분 실수를 해온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 시도하고 넘어졌을 때 일어나 다시 걷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뇌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베스트셀러를 내려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게 즐거워 글을 쓴다"며 "저마다 좋아하는 분야를 하나 찾아 매일 규칙적으로 그 일을 하고 그 지평을 조금씩 넓히다 보면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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