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Richter·80)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로 등극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런던 소더비 현대미술 이브닝 옥션(고가 작품 경매)에서 리히터의 1994년작 유화 '추상화(Abstraktes Bild) 809-4'<사진>가 추정가(900만~1200만 파운드)를 훨씬 뛰어넘는 2132만1250파운드(수수료 포함)에 팔렸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은 "3명의 전화 응찰자가 치열하게 경합했으며, 경매 시작 5분 만에 작품이 팔렸다"면서 "작품 구매자에 대해 소더비측이 함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생존 작가 최고 경매 기록은 2010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2864만2500달러(당시 환율로 약 318억원)에 팔린 미국 화가 재스퍼 존스(Johns·82)의 1960년대 회화 '깃발(Flag)'이 갖고 있었다. 미국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Crichton·1942~2008) 소장품이었다.
가로 200㎝, 세로 225㎝ 크기의 이번 작품 판매자는 영국 유명 가수 에릭 클랩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클랩튼은 2001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이번 경매에 낙찰된 그림이 포함된 3점 1세트짜리 리히터 작품을 340만달러에 구입했다.
리히터는 전후(戰後)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 회화의 새로운 획을 그은 현대미술 거장. 특히 빨강·노랑·파랑 등 여러 가지 빛깔이 서로 치고받으며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그의 추상화는 '계산된 혼돈(calculated chaos)'이라고 평가받는다.
역대 미술품 경매가 중 최고액은 지난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1992만2500달러(약 1355억7200만원)에 팔린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189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