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가 지난 후 체감(體感) 연비는 정반대였다. 같은 가격의 휘발유를 채웠을 때 파사트 쪽이 더 먼 거리를 주행했던 것이다. 김씨는
"쏘나타를 모는 집사람과 운전 습관 차이도 있겠지만, 공인 연비를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와 큰 차이를
보이는 공인 연비 때문에 '연비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과장 연비' 파문으로 보상책을 발표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차 연비가 더 높게 표시돼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2012년형 엑센트는
국내 표시 연비가 리터당 16.7㎞다. 미국에서는 연비 과장 논란이 일면서 리터당 14.02㎞에서 13.17㎞로 수정됐다. 우리나라 공인
연비보다 3㎞ 이상 적다. 소비자들은 "미국에선 표시 연비 차이가 1㎞도 안 되는데도 보상을 해주고 우리나라는 3㎞가 넘어도 그냥 넘어가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연비 인증 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도 우리나라 연비가 과장돼 있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측은 "연비 과장이
심하다는 지적이 많아서 올 4월부터 측정 방식을 바꿨다"며 "새로 적용되는 신연비는 실제 연비와 격차를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올 4월 구(舊)연비보다 20%가량 떨어지는 신(新)연비를 적용하면서, 기존 출시 차량은 구연비 표기를 계속 허용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말한 김씨도 구연비가 적용된 쏘나타와 신연비가 적용된 파사트의 연비를 직접 비교하는 바람에 혼란에 빠진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일괄적으로
신연비로 바꾸게 했다면 연비 때문에 헷갈리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