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활력소 ‘실내 채소재배’

서울에 사는 강모 씨(42)의 아파트에는 벌써 봄이 왔다. 베란다 한쪽에는 파릇파릇 채소 새싹이 돋고 있고 한편에는 방울토마토가 열매를 맺으려고 한다. 방사능 오염이다, 원산지를 속인다 등등의 뉴스로 인해 장보기가 두려운 요즘, 베란다에서 키우는 채소들은 오염없는 싱싱한 영양공급원이자 생활의 건강 활력소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도시민들이 베란다에서 텃밭을 재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쉽게 죽거나 빛이 부족해 채소와 허브가 웃자라거나 연약하게 자라는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물이나 조명관리에 대한 걱정 없이 누구나 쉽게 채소를 길러 먹을 수 있는 장치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LED 조명으로 광량과 광질의 조절 가능해져

농촌진흥청은 계절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가정에서 채소를 키워 먹을 수 있는 LED 전등이 부착된 ‘심지관수형 채소재배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농진청 도시농업연구팀이 개발한 이 채소재배기는 4계절 내내 베란다뿐만 아니라 주방, 거실과 같은 실내에서 왕성한 생장을 가능하게 하는 LED 전등이 달려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LED 조명은 흰색을 사용해 가정에서 쓰기에 거부감이 없고 식물 상태 관찰이 가능해 아이들 교육용으로 좋으며 조명효과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빛의 세기와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장소나 환경, 식물 크기에 따라 편리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자주 사용되어온 광합성 효율이 높은 파장인 청색과 적색 빛은 자주색, 붉은색으로 나타나 미관상 식물의 초록색을 즐기기 어렵다는 거부감이 있었다. 이밖에도 가정에서는 식물공장과 달리 온도 및 습도 제어가 안 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광량과 광질 조절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재배기 개발을 더디게 만든 요인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된 채소재배기를 사용하면 빛이 부족해 실내에선 재배하기 어려웠던 열무 같은 뿌리채소도 키울 수 있고 잎, 줄기채소가 튼튼하게 자라 수량 증대도 가능하다. 그동안 빛이 부족해 베란다에서는 초록색으로 변했던 적상추도 본연의 색상으로 키울 수 있게 됐다.

심지관수 방식을 통해 물관리 문제도 해결

또한, 이 채소재배기는 물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전력이 소모되지 않으면서 자동으로 물관리가 되는 ‘심지관수 방식’을 사용해 물, 양분 관리의 편리성을 증진시켰다.


이번에 개발된 ‘심지관수 방식’은 물을 위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하단에 부착된 물통에 물을 담아두면 심지를 타고 물이 흙 속으로 올라가게 되는 저면관수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서 옛날 호롱불의 모세관 현상을 이용해 화분 아래쪽에서 흙 속으로 수분을 공급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심지관수 방식’은 무동력 관수장치로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고 고장이 날 염려가 없다. 또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물에 타서 1개월 이상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잔손이 가지 않아 키우는 즐거움이 배가 되며, 물이나 상토가 화분 밖으로 나오지 않아 실내에서도 청결하게 이용이 가능하여 재사용 시 세척이 쉽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 재배기를 개발한 농촌진흥청 문지혜 박사는 “식물은 증산작용을 통해 건조한 겨울철엔 가습 효과를, 더운 여름철엔 온도 하강 효과를 가져온다”고 전하며, “가정용 채소재배기는 이와 같이 실내 환경개선 효과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교육과 식습관 개선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생활의 활력소로 가정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톡톡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가정용 채소재배기는 특허출원이 완료되었으며 내년 상반기 중 기술설명회를 개최하고 기술이전을 통해 산업화될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