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전에 '공저'로 책을 낼 때는, 책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원고료를 받거나 또는 그냥- 원고를 쓰고, 책을 보내고, 책이 나왔다는 연락과 함께 몇권의 책을 받습니다. 그것으로 끝. 기획도 다른 사람이, 판매도 다른 사람이... 그냥 알아서 해주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혼자서 책을 내보니, 이거 세상이 달라보이더군요...--;

다른 많은 필자분들도 그렇겠지만, 일단 제가 책을 내고 나서 알게된 사실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1. 나는 글씨를 정말 못쓴다.

책을 사거나, 받으신 분들이 싸인...을 해달라고 하시는데, 제게는 신용카드 사용할 때 쓰는 싸인 말고는 싸인이 없습니다. ㅜㅡ 그 문제야 어찌어찌 넘어간다고 쳐도, 책에 구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적어드려야 하는데... 이건 적다보면 글씨체 때문에 부끄러워서...ㅜㅡ

키보드로 글을 쓰는 사람은 원래 글씨를 잘 못쓴다지만, 저는 꽤 심한 수준이더군요. ㅜㅡ

2. 쓰는 것보다 파는 것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르겠다.

제 주변에 책을 내고 1쇄를 넘기신 분은 초록불님, BIK 블로거님과 고경원님, 이렇게 세 분 정도밖에 없습니다. (무토님도 1쇄 넘기셨을라나요...) 책이 속한 분야가 사회학쪽에 가깝다보니, 인터파크에서 '미래학' 분야 3위에 올라간 정도가 가장 좋은 성적입니다. 그래서 목표를 1쇄 다 팔기... 정도로 잡았는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쿨럭-

남의 책은 잘도 리뷰하고, 때론 판매량 늘여줬다는 소리까지도 들었는데... 이게 제 책이 되니까, 뭔가 난감해 집니다. 제 책을 제가 리뷰하기도 쑥쓰러운 일이고... 솔직히 다른 책들에 비해 정말 좋은 책입니다! 이렇게 말하기는 말도 안되고... 출판사 사정이 여의치않으니 제가 이벤트 만들고 제가 뭔가를 해야 하는데... 솔직히 조금 막막하네요.. ^^

...아마, 다른 많은 필자분들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또는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 책 내는 분들은 스스로 이벤트도 많이하시고, 홍보도 많이 하시고, 되게 적극적으로 나온다고 하는 출판 관계자분들의 이야기를 예전부터 들었는데, 그 이유가 다 있더라구요.

3. 가끔은 인세로 모든 것을 계산해 본다.

예전에는 원고료로 뭐가 비싸고 싼지를 가늠해보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음, 이건 원고 2-3개 정도 더 써야 살 수 있겠네, 뭐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책 내고 나니, 그 기준이 '인세'로 가끔 바뀌는 것을 보곤 합니다. 인세가 권당 1천원 정도 들어오거든요. 그럼 이렇게 됩니다.

스타벅스 같은 곳의 커피값이 4천원이라면, 책 4권 팔아야 한 잔 마실 수 있겠네... 누가 월급이 200만원이라고 하면, 책 2천권 팔아야 한번 만져볼 수 있겠네.... 으헉. 금액에 대해서 느, 느끼는 강도가 달라집니다!!



...일본에서도 권당 4천권 정도 팔리는 것이 평균이라니까, 한국에서 전업작가로 먹고 살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 (사실 이럴 바엔 책 내는 것보다 원고 몇 편 더 쓰는 것이 생활에 더 도움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책을 낸 것이 더 좋습니다...; 덕분에 왜 이렇게밖에 안했을까-하는 속상함도 자꾸 들지만요. 원고를 써서 넘기는 것은, 뭔가 남의 일-을 해준 기분인데... 책은, 내 일을 했다-라는 기분이랄까요. 또 쓰라면 쓸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떤 분들이, 어떤 생각으로 책을 골라주셨을지, 사주셨을지, 읽어주셨을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 서평을 써주신 것을 읽는 재미도 있네요. 어떤 분은 아주 신랄하게 평가를 내려주셨어요. 반면 다른 분들은 고맙게도, 많이 추천해 주기도 하셨습니다. 그 분들께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어쨌든, 책 내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두근두근,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일들이 계속 생기네요.
하루하루, 사는 재미가 조금 늘었답니다... ^^


* 책에 대한 셀프 리뷰는, 다음주중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 이글루스에서 제 책을 드리는 이벤트(링크)도 하고 있으니, 책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응모해 보시는 것도.. ^^

디지털 세계의 앨리스 - 6점
이요훈 지음/이파르
Posted by 돈오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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