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은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최후의 한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물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신록 

<서정주>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바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김상용>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사랑 그대로의 사랑

<유재하>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이른 아침, 감은 눈을 억지스레 떠야하는 피곤한 마음속에도

나른함속에 파묻힌 채 허덕이는 오후의 앳된 심정속에도

당신의 그 사랑스러운 모습은 담겨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층층계단을 오르내리며 느껴지는 정리할수 없는 감정의 물결속에도

십년이 훨씬 넘은, 그래서 이제는 삐걱대기까지 하는 낡은 피아노.

그 앞에서 지친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내 눈속에도

당신의 그 사랑스러운 마음은 담겨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느낄수 있겠죠.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도 느낄수 있겠죠.

비록 그날이

우리가 이마를 맞댄 채 입맞춤을 나누는 아름다운 날이 아닌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며

잊혀져가게 될 각자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그런 슬픈 날이라 하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건

당신께 사랑을 받기 위함이 아닌

사랑을 느끼는 그대로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달밤 

<독일의 아이헨도르프>



마치 하늘이 

땅에 조용히 입맞춤하여

땅이 아연한 꽃빛 속에서

이제 하늘을 향해 꿈꾸지 않을 수 없다는 듯.


바람이 들판을 스쳐 지나가면

아삭들은 조용히 물결쳤고

숲은 나즉이 속삭였다.

그처럼 별도 또렷했던 밤.


나의 영혼은

활짝 나래를 폈고

마치 집으로 날아가듯

조용한 대지를 지나 날아갔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이슬

<최영희>



하늘은

겹겹이 짠 빛그물을 풀잎 위에 던진다.


풀잎은 

온통 일렁이는 물결 숲


한마리 싱싱한 갯붕어처럼

구름 한 조각 ,

솔바람 소리 ,

나직한 새 울음들,

잎맥 속을 헤엄쳐 다닌다.


초록 물결 속

몸을 내린 빛그물들이

아침내

가장 고운 숨소리를 건져 올린다


아침마다

풀잎 위론

까닭 모를 눈물들 하얗게 오른다.




새싹 

<이진호>



연두빛 새싹에

코를 대보면

아,

싱그런 꽃잎 냄새


귀여운 새싹에

귀를 대보면

아 ,

별나비들의 날개치는 소리




코스모스 

<장사도>



산들 산들

바람속에서

그네를 탄다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맑은 거울 속에서 

춤을춘다




오리배 

<김한룡>



연못 위에 동동

오리배 떴다.


정다웁게 동동

오리배 떴다.


요리 까닥 조리 까닥

꽉꽉 빠각빠각


뱃노래도 즐거웁게

노를 젓는다.





혼자 있어 봐 

<이화주>



친구와 

쌍동밤처럼

어깨동무하는 것도 좋지만


참새때처럼 

짹째글짹째글

몰려다니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은 

아주가끔씩은

혼자 있어 봐


별들의 이야기

엿들을 수도 있고

입속말 하던 시계들이

낭랑한 목소리고 말을 걸어 온단다.


그래, 운동장 가슴이 쿵쿵 울리도록

뛰놀던 아이들이 가 버린 

늦은 저녁

그네에 혼자 앉아

바람처럼 휘파람을 불어봐 


거인같은 운동장이 

이웃집 아저씨처럼 

너를 번쩍 안아올려

네 마음의 무게를 재어 주실 테니까




보름달이 나보고

<허동인>



환하고 밝게 할려거든

둥근 마음 가지라 합니다. 


둥근 마음 가지려거든 

환하고 밝게 살아라 합니다




눈 내리는 밤 

<강소천>



말 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누나도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 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별 하나 

<이준관>



별을 보았다.


깊은 밤

혼자

바라보는 별 하나


저 별은 

하늘 아이들이

사는 집의

쬐그만

초인종


문득 

가만히 

누르고 싶었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정안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마음이 푸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푸른 잎새로 살아가는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언제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

밤하늘의 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유혹과 폭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의연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언제나 마음을 하늘로 열고 사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거친 삶의 벌판에서

언제나 청순한 마음으로 사는

사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화해와 평화스런 얼굴로 살아가는 

그런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서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서 

나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아침 햇살에 투명한 이슬로 반짝이는 사람 

바라다보면 볼수록 온화한 미소로 

마음이 편안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결코 화려하지도 투박하지도 않으면서 

소박한 삶의 모습으로 

오늘 제 삶의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그런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 하나를 곱게 간직하고 싶다.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눈짓)가 되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초원의 빛 - 워즈워드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 질수록

당신의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 진다면

이 먹빛이 마름하는날

나는 당신을 잊을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되돌려 지지않는다 하더라도

서러워말라.


차라리 그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빛날때 그대영광

빛을 얻으리라.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이름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원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이미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 비 갠 언덕 위 풀빛 푸른데   /   남포로 임 보내는 서러운 노래  / 대동강 물이야 언제 마르리 해마다 이별 눈물 보태는 것을      -정지상-


 


* 가시리 가시리잇고 / 나를 버리고 가시리잇고  /  날러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 잡사와 두어리마나는 / 선하면 아니 올세라


  설온 님 모내옵나니 / 가시는 듯 도셔 오소서.     -가시리-


 


[이별] -시, 묘사-


 


* 말없이 눈물 흘리며 / 가슴 찢겨지듯 / 여러 해 동안 떨어지려 / 우리 둘이 헤어지던 그 때 너의 뺨 파랗게 질려 차가웠고, 너의 키쓰 더욱 차더니   /  참으로 그 때가 지금의 / 이 슬픔을 예언했었다.   - 바이런-


 


* 맑디 맑은 가을이 / 나에게 이별의 피리를 분다. / 싸후란의 마른 피빛이여    


                                                            -새피은텍


* 이별이 하도 설어 잔 들어 슬으올제 / 어느덧 술 다하고 님마저 가는구나 / 꽃 지고 새 우는 봄을 어이할까 하노라.    -일지홍-


 


* 이별을 행하여 / 저 아득한 / 부재를 향하여 / 흔들고 있는 / 내릴 줄 모르는  / 손들 / 참말 / 이 고독은 //  너무 멀리 / 포기돼 있다.   -정한모-


 


* 내 가슴에 금을 그으면서 / 사라져간 / 몇 개의 이별들  -정한모-


 


* 이별은 하늘에 떠 구름이요.  -고은-


 


*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눠야겠으냐 / 우리 둘이 나뉘어 생각하며 사느니보다 차라리 바라보며 우는 별이 되자.   -이상화-


 


*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 쳐서 사라졌습니다.


                                                                                          -한용운-


 


[사랑]  -시⋅묘사-


 


* 사랑도 오직 하나뿐 둘은 만들지 않았소 // ⋯⋯ / ⋯⋯ 님 품은 사랑의 무덤 속은 대낮보다 밝으리라. -이은상-


 


* 순아 너는 내 전(殿)에 언제 들어왔던 것이냐? / 내사 언제 네 전에 들어갔던 것이냐? / 우리들의 전당은 / 고풍(古風)한 풍습이 어린 사랑의 전당 / 순아 암사슴처럼 수정눈을 내려감어라. / 난 사자처럼 엉크린 머리를 고루련다. / 우리들의 사랑은 한낱 벙어리였다. / 성스런 촛대에 열(熱)한 불이 꺼지기 전 / 순아 너는 앞문으로 내달려라. // 어둠과 바람이 유리창에 부닥치기 전 / 나는 영원한 사랑을 안은 채 / 뒷문으로 멀리 사라지련다. // 이제 네게는 살림 속의 아늑한 호수가 있고 / 내게는 준엄한 산맥이 있다.              -윤동주; 사랑의 전당-


 


* 사랑은 인생의 별 / 어둔 밤 / 고독한 영혼의 창문에서만 보는 거란다. // 사랑은 인생의 호곡(號哭) / 어둔 밤 고독한 창변에서 우는 거란다.            -김남조-


 


* 사랑은 꿈속으로 부르는 여신! // 아아 괴로움에 타는 / 두 사람 가슴에 / 꿈의 터를 만들어 놓고 / 유령과 같이 춤을 추면서 / 타오르는 사랑은 /차디찬 유령과 같도다.


                                                                                    -박영희; 유령의 나라로-


 


*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한용운; 복종-


 


*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 들장미로 울타리 엮어 /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로지 않겠소. /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 삽살개는 달을 짖고 /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노천명;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 천 년을 한 줄 구슬에 꿰어 / 오시는 길을 한 줄 구슬에 이어 드리겠습니다. / 하루가 천 년이 닿도록 / 길고 긴 사무침에 목이 메오면 / 오시는 길엔 장미가 피어 지지 않으오리다. / 오시는 길엔 달빛도 그늘지지 않으오리. // 먼 먼 나라의 사람처럼 / 당신은 이 마을의 방언을 왜 그리 몰라 들으십니까? / 우러러 그리움이 꽃 피듯 피오면 / 그대는 오월강 위로 노를 저어 오시렵니까? // 감추인 사랑이 석류알처럼 터지면 / 그대는 가만히 이 사랑을 안으려나이까? / 내 곁에 계신 당신이온데 / 어이 이리 멀고 먼 생각의 가지에서만 / 사랑은 방황하다 돌아서 버립니까?   -모윤숙; 기다림-


 


* 말씀이 뜨거이 동공에 불꽃 튀는 / 당신을 마주해 앉으리까 바보니여. / 발톱과 손가락과 심장에 상체기 진 / 피 흐른 골짜기의 조용한 오열 / 스스로 아물리리까 이 상처를 라보니여. / 조롱의 짐승 소리도 이제는 노래 / 절벽에 거꾸러짐도 이제는 율동 / 당신의 불꽃만을 등뼈대에 받는다면 / 피눈물이 화려한 고기 비늘이 아니리까 라보니여. / 발광이 활홀한 안식이 아니리까 라보니여.    -박두진; 당신의 사랑 앞에-


 


* --사랑하는 것은 /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유치환; 행복-


 


* 내 마음은 호수요, / 그대 저어 오오. /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 내 마음은 촛불이요, /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 없이 타오리다.    


                                                       -김동명; 내 마음은-


 


*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 순이, 포도 넝쿨 아래 어린 잎새들이 / 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장만영; 달, 포도, 잎사귀-


 


* 백설이 눈부신 /하늘 한 모서리 //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 // 차가울사록 / 사모치는 정화 // 그 뉘를 사모하기에 / 이 깊은 겨울에 애태워 피는가.       -정훈; 동백-


 


* 사랑의 생애는 활동뿐! 귀찮은 세상 약속에 방해되어 있거나 해서는 / 마음대로 떨칠 수가 없다.                                 -바이런-


 


* 새 상점에 가서 / 나는 새를 샀지 / 당신을 위해 / 나의 사랑 // 꽃 상점에 가서 / 나는 꽃을 샀지 / 당신을 위해.                                  -프레베르-


 


* 자기를 괴롭혀서 시를 짓는 것보다 / 나는 누군가에 사랑을 받고 싶다. / 누군가 것이 되고 싶은 것이다.                                        -엔드레-


 


* 내 사랑의 탄생이 희귀함은 / 미지의 고귀한 대상을 위함인 듯 / 사랑은 불가능 으로 하여 이뤄진 / 절망에 잉태되는 것이다.                       -마아블-


 


* 난 당신을 낮과 밤, 모든 사람이 가장 고요히 필요로 하는 그 만큼의 사랑으로 사랑한다.                           -E. 브라우닝-


 


* 오 사람들의 마음이여, 얼어붙는 피여 타오르는 피여! / 어리석은 일, 시끄러움, 죄악에 물든 많은 세기들, 언제나 다름없는 지상의 되풀이 / 그것들은 그 승리, 그 영광, 그 밖의 모든 것들과 함께 / 덧없이 땅 속에 묻히나니. /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오직 사랑뿐.                     -R. 브라우닝-


 


* 내 사랑이 얼음과 같다면, 나는 불과 같은 것 / 어찌하여 그토록 심한 그녀의 차가움이 나의 그 뜨거운 욕망 속에 용해되지 않는가?               -스펜서-


 


* 사랑받는 것은 타 버리는 것, 사랑하는 것은 어둔 밤만 켠 램프의 아름다운 빛, 사랑 받는 것은 꺼지는 것, 그러나 사랑하는 것은 긴 긴 지속                -릴케-


 


* 우리들은 어떻게 태어났는가 / 사랑에서 / 우리는 어떻게 멸망할 것인가 / 사랑이 없으면 /우리들은 무엇으로 자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 / 사랑에 의해서 / 우리들은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가 / 사랑에 의해서 / 우리들을 울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사랑 / 우리들을 늘 결합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 사랑.              -괴테-


 


* 사랑은 끝이 없기 / 사랑하는 것만이 / 슬기로운 것이니라. / 그대보다 더한 덕(德)이 이 세상에 또 있으랴 / 힘찬 환희의 그 눈이여 / 그대보다 더한 죄가 이 세상에서 또 있으랴 / 힘 없는 비루한 그 눈이여. 태양은 그대 때문에 슬퍼하고 / 천사도 탄식한다.          -브릿지스-


 


* 내 사랑 남 주지 말고 남의 사랑을 탐치 마소 / 우리의 두 사랑에 잡사랑 행여 섞일세라 / 평생에 이 사랑 가지고 백년 동락하리라.                   -해동가요-


 


* 사랑 거짓말이 님 날 사랑 거짓말이 / 꿈에 뵌단 말이 그 더욱 거짓말이 / 날 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오리.                      -김상용-


 


* 사랑이 어떻더니 둥글더냐 넓적하더냐 / 기더냐 짧으더냐 발을러냐(발로 밟겠더냐) 재겠더냐 / 지루하게 진 줄은 모로되 애 그칠 만하더라.           -청구영언-


 


* 녹수청강 원앙으로 마주 떠 / 노는 사랑 / 년년 칠월 칠석야에 견우직녀 만난 사랑 / 육관대사 성진이가 / 팔선녀와 노는 사랑 / 역발산 초패왕이 우미인을 만난 사랑 / 당나라 당명왕이 / 양귀비를 만난 사랑 / 명사십리 해당화같이 / 연연히 고운 사랑 / 네가 모두 사랑이로구나 / 어화 둥둥 내 사랑아 / 어화 내 간간 내 사랑이로구나.    


                                                                 -춘향전-


 


[우정]  -시, 묘사-


 


* 수많은 연인의 정을 모아도 / 내 가슴에 타는 우정의 불에는 미치지 못한다. / 항상 이 가슴에 꺼지는 일 없이 / 내 혈맥은 따뜻한 때에 물결친다.  -바이런-


 


* 우정은 부부 사이에 있어서의 애정과 흡사하다. 피차의 결점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해에, 이해보다는 내용에, 내용보다는 사랑에 입각해 있을 때에 건전하고 그 사랑은 맹목이라는 바탕에서도 존립한다.   -박두진-


 


* 손을 뒤엎어 구름을 짓고 손을 엎어 비가 되니 어지러운 가볍고 엷은 사람을 어찌 구태여 혜리오. 그대는 관중포숙의 가난할 때 사귐을 보지 아니 하였는가. 이 도를 이제 사람은 버림을 흙같이 하는구나.     -두보-


 


* 개인적인 애착심이 없이는, 또 참다운 마음으로부터의 공감 없이는 어떠한 우정도 존재치 않는다.    -엥겔-


 


* 참된 우정은 뒤에서 보나 앞에서 보나 같은 것이다. 앞에서 보면 장미, 뒤에서 보면 가시, 그런 것이 아니다.    -뤼케르트-


 


* 술이 빚어낸 우정은 술과 같아서 하룻밤밖에 지탱하지 못한다.   -로가우-


 


* 우정은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한다.  -역경-





* 별의 아픔  -남궁벽-


 


임이시여, 나의 임이시여, 당신은


어린아이가 뒹굴을 때에


감응적으로 깜짝 놀라신 일이 없으십니까.


임이시여, 나의 임이시여, 당신은 


세상 사람들이 지상의 꽃을 비틀어 꺾을 때에


천상의 별이 아파한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 추억   -조병화-


 


잊어 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이 겨울 바다에


잊어 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 당신의 사랑 앞에     -박두진-


 


말씀이 뜨거이 동공에 불꽃 튀는


당신을 마주해 앉으리까 라보니여.


발톱과 손가락과 심장에 상채기 진


피 흐른 골짜기의 조용한 오열


스스로 아물리리까 이 상처를 라보니여.


조롱의 짐승 소리도 이제는 노래


절벽에 거꾸러짐도 이제는 율동


당신의 불꽃만을 목구멍에 삼킨다면


당신의 채찍만을 동뼈대에 받는다면


피눈물이 화려한 고기 비늘이 아니리까 라보니여.


발광이 황홀한 안식이 아니리까 라보니여.


 


 


*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날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내 소녀   -오일도-


 


빈 가지에 바구니 걸어 놓고


내 소녀 어디 갔느뇨.


 


박사의 아지랭이


오늘도 가지 앞에 아른거린다.


 


 


* 산노을    -유경환-


 


먼산을 호젓이 바라보면


누군가 부르네


 


산너머 노을에 젖는 내 눈썹에 


잊었던 목소린가


산울림 외로이 산 넘고


행여나 또 들릴 듯한 마음


 


아, 산울림 내 마음 울리네


다가왔던 봉우리 물러서고


산 그림자 슬며시 지나가네.


 


 


* 언덕에 바로 누워     -김영랑-


 


언덕에 바로 누워


아슬한 푸른 하늘 뜻없이 바래다가


나는 잊었읍네 눈물 도는 노래를


그 하늘 아슬하야 너무도 아슬하야


 


이 몸이 서러운 줄 언덕이야 아시련만


마음의 가는 웃음 한 때라도 없드라냐


아슬한 하늘 아래 귀여운 맘 질기운 맘


내 눈은 감기었네 감기었네.


 


 


* 눈      - 레미 구르몽-


 


 시몬, 눈은 그대 목처럼 희다.


 시몬, 눈은 그대 무릎처럼 희다.


 


 시몬, 그대 손은 눈처럼 차갑다.


 시몬, 그대 마음은 눈처럼 차갑다.


 


 눈은 불꽃의 입맞춤을 받아 녹는다.


 그대 마음은 이별의 입맞춤에 녹는다.


 


 눈은 소나무 가지 위에 쌓여서 슬프다.


 그대 이마는 밤색 머리칼 아래 슬프다.


 


 시몬, 그대 동생인 눈은 안뜰에 잠잔다.


 시몬, 그대는 나의 눈, 또한 내 사랑이다.


 


 


* 붉고 붉은 장미여     -로버트 번즈-


 


 오오 내 사랑은 붉고 붉은 장미니


 유월에 막 피어난 신선한 장미여라.


 오오 내 사랑은 아름다운 곡조로


 감미롭게 연주되는 노래이어라.


 


 귀여운 사람아, 네가 귀엽기에


 나는 무척이나 너를 좋아하노라.


 바닷물이 모두 말라 버려도


 나는 너를 사랑하리, 그리운이여.


 


 진정 바닷물이 모조리 말라 버리고


 바윗돌이 햇빛에 녹아 버린다 해도


 내 생명이 붙어 있는 한에는


 진정 나는 너를 사랑하리라.


 


 마음은 쓰라려도 이제 헤어져야 하나니


 그러나 잠시 동안의 헤어짐이니,


 나는 반드시 돌아오리라.


 비록 천 리 만 리나 된다 하여도.


 


 


* 카스타에게   - G.A 베케르-


 


 네 한숨은 꽃잎의 한숨


 네 목소리는 백조의 노래


 네 눈빛은 태양의 빛남


 네 살결은 장미의 살갗


 사랑을 버린 내 마음에 


 너는 생명과 희망을 주었고


 사막에 자라는 꽃송이같이


 내 생명의 광야에 살고 있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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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꽃눈을 피운다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찬란한 봄날 그 뒤안길에서

홀로 서 있던 수국

그러나 시방 수국은 시나브로 

지고 있다.


찢어진 편지지처럼

바람에 날리는 꽃잎

꽃이 진다는 것은 

기다림에 지친 나무가 마지막

연서를 띄운다는 것이다.


이꽃잎 우표대신, 봉투에 부쳐 보내면

배달될수 있을까.

그리운 이여.

봄이저무는 꽃 그늘 아래서

오늘은 이제 나도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 오세영의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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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 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용 혜 원




그대를


늘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우리들의 삶이란 무대도 


언제 어느 때에


막이 내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내 눈앞에 있을 때


나의 삶은 희망입니다.



어느 날 혹여나


무슨 일들이 일어날지라도


그대가 곁에 있다면


아무런 두려움이 없이


이겨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힘으로


나는 날마다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심장이


그대로 인해 숨쉬고 있기에


나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추억이란


♧용혜원♧ 




흘러간 세월 속에


정지된 시간 속의 그리움이다



그리움의 창을 넘어


그리움이 보고 싶어


달려가고픈 마음이다



삶이 외로울 때


삶이 지칠 때


삶이 고달파질 때


자꾸만 몰려온다



추억이란


잊어버리려 해도


잊을 수 없어


평생토록 꺼내 보고 꺼내 보는


마음속의 일기장이다



추억은 지나간 시간들이기에


아름답다


그 그리움으로 인해


내 피가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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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이성복


날 버리시면 어쩌나 생각진 않지만

이제나 저제나 당신 오는곳만 바라봅니다

나는 팔도 다리도 없어 당신에게 가지못하고

당신에게 드릴 말씀 전해줄 친구도 없으니

오다가다 당신은 나를 잊으셨겠지요

당신을 보고 싶어도 나는 갈 수 없지만

당신이 원하시면 언제라도 오셔요

나는 팔도 다리도 없으니 당신을 잡을 수 없고

잡을 힘도 마음도 내겐 없답니다

날 버리시면 어쩌나 생각진 않지만

이제나 저제나 당신 오는 곳만 바라보니

첩첩 가로누운 산들이 눈사태처럼 쏟아집니다..


아마.. 사랑의 극한까지 가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TT


찾아보고 또 올려드릴께요 ^^




눈이 멀었다 ♡ 이정하 


어느 순간, 

햇빛이 강렬히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다 

그럴때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잠시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내 사랑도 그렇게 왔다 

그대가 처음 내 눈에 들어온 순간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줄 

까맣게 몰랐다 




스물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 중에서 ♡ 조안리 


사랑하고 있다고요? 더 많이 사랑하세요 

당신이 받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을 

훨씬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뜨거운 가슴?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답니다 

그 사람을 위한 배려에 온 힘을 쏟아주세요 

아주 작은 배려라도 좋아요 

그 작은 배려들이야 말로 사랑의 실체랍니다 

때로는 엄청난 질량으로 천칭을 기울여 버리는 

그리고 사랑의 청칭이라는 시소에서는 

낮은 쪽에 앉게 되는 것이 

훨씬 더 편하고 행복한 일이랍니다 





사랑은 싸우는 것 ♡ 안도현 


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 

첫사랑 같은 눈도 

한겹 한겹 내려 쌓이리라 믿으면서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 쓰고 누우면 

그대의 말씀 하나하나가 내 비어있는 가슴 속에 

서늘한 눈이 되어 쌓입니다 


그대 사랑은 이렇게 

싸우면서 시작되는 것인지요 

싸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벅찬 감동을 그 사람말고는 나누어 줄 길이 없어 

오직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인 것을 

사랑은 이렇게 

두 몸을 눈물나도록 하나로 칭칭 묶어 세우기 위한 

끝도 모를 싸움인 것을 

이 밤에 깨우칩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인 것을 




그대가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 용혜원 


그대가 진정 사랑한다면 

사랑을 함부로 고백하지 말아요 

모든 열매들이 소리 없이 꽃피고 

소리없이 열매를 맺듯이 진실한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그대가 진정 날 사랑한다면 날 지켜봐 주어요 

한순간으로 전부를 안다고 할수는 없어요 

사랑은 기쁠때보다도 아픔 속에서 알 수 있어요 

그대가 진정 사랑한다면 

사랑을 함부로 고백하지 말아요 

일년사계절을 살아가며 계절마다부는 바람도 다르듯이 

우리의 사랑은 살아가면서 더욱 깊어갈거에요 





내 생에 마지막 10분이 남겨진다면 ♡ 인애란 


내 생에 마지막 10분이 남겨진다면 

당신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에 쓰겠어요 

다음 생에 당신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말이죠 

내 생에 마지막 10분이 남겨진다면 

당신과의 추억을 차곡히 돌아다보는 일에 쓰겠어요 

다음 생에 당신을 알아보고도 

서로 스치는 아픔 없게 말이죠 

내 생에 마지막 10분이 남겨진다면 

지상 위에서의 마지막 눈물을 떨구겠어요 

다음 생에 예정된 우리 사랑에는 

단, 한줌 눈물도 남아 있지 않게 말이죠 




내 마음의 샘 ♡ 용혜원 


내 마음에 

샘 하나 있습니다 


그대 보고 있으면 

마구 터지고 

솟구쳐 오는 


그리움이란 

샘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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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만 -이정하


조금씩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고 한꺼번에 그리워하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서

아껴가며 먹는 사탕처럼, 아껴가며 듣는 음악처럼

조금씩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다 그 사랑이 다해 버리면 너무 허무할까봐

한꺼번에 그리워하다 그 그리움마저 다 떨어져 버리면 

남는 것은 한숨밖에 없기에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우리의 사랑, 조금씩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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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핏방울처럼

꽃이

한잎 한잎

떨어지는 것이다.


노래가 화석이 되어

물 속에 가라앉고

그 화석속의

한소절 한소절이 

뼈마디처럼 살아나는 것이다.


바다속에 

또 바다가 고이고

그 바다속에 섬이

하나 하나 솟아나는 것이다


기다림은

한순간 한순간 죽는 것이다.


기다림은 - 문덕수


그대보고싶은마음죽이려고

산골로찾아갔더니때아닌

단풍같은눈만한없이내려

마음속캄캄한자물쇠로

점점더한밤중을느꼈습니다.

벼랑끝만

바라보며걸었습니다.

가다가꽃을만나면

마음은

꽃망울속으로가라앉아

재와함께섞이고

벼랑끝만바라보며걸었습니다.


벼랑끝 - 조정권


물을따라

자꾸 흐를라 치면


네가 사는 바다밑에

이르리라고


풀잎따서

작은 그리움 하나


편지하듯 이렇게

띄워본다.


강가에서 - 이형기 


그대와 헤어지고

겨울이 온다.


죽음보다 깊이 잠든

빙하기의 하늘을 지나

비어나간 내 관절 속으로

와서 우는

가느다란 유리새 울음 소리

그대도 깨어있을

지금은 새벽 두 시

빈 조롱, 철사줄 마다

뜬 눈으로 별들이 매달려 있다.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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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두 사람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의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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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돈오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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