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통증의학회 분석...수면마취 사망 주범은 '프로포폴'

복지부·의학회, 수면마취 규제 전신마취 수준 강화 추진

국내 병·의원에서 마취 관련 의료사고로 한해 평균 최소 16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일반인들이 비교적 안심하는 수면마취로 인한 사망사고도 적지않았고, 이중 프로포폴로 인한 사망도 많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덕경 교수팀은 2009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5년간 국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마취 관련 의료분쟁 중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자문한 105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마취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관련 통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KMS) 2월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이 기간에 마취 관련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 105명 중 82명(78.1%)이 숨졌으며, 나머지 환자들도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 마취사고 환자들은 비교적 젊은 60세 이하가 82.9%에 달했으며, 미국마취과학회 기준으로 신체등급지수 1 또는 2의 건강한 환자가 90.5%였다. 환자 대부분이 사고 전 건강했지만, 마취주사를 맞은 뒤 불의의 사고를 당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마취통증의학회는 전체 105건의 마취 의료사고 가운데 42.9%에 대해 "표준적인 마취관리만 했더라도 예방이 가능했었다"고 판정했다. 세부적인 마취사고 원인으로는 호흡기 관련 질환 53.3%, 급성심근경색 등의 심혈관계 질환 29.3%로 각각 집계됐다.

주목할만한 점은 마취 사고를 형태별로 보면 전신마취가 50건(47.6%)으로 가장 많았지만, 일반인들에게 전신마취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는 수면마취(진정)도 39건(37.1%)으로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중에는 수면마취제의 과용량 주사로 인한 기도폐쇄 또는 호흡부전이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수면마취사고 39건 중 30건(76.9%)에서 사망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전신마취사고의 사망률 82%(50건 중 41건)와 비교할 때 비슷한 정도의 '상해 위험도'라고 의료진은 평가했다.

수면마취사고의 92.3%(36건)는 환자의 치료와 진단을 담당하는 의사가 직접 수면마취제를 주사한 경우에 발생했다. 수면마취와 환자 감시를 담당하는 별도의 의료진 없이 비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수면마취를 한 것은 시술과 무관한 독립적인 수면마취 전담 의료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임상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면마취사고에 사용된 약물은 마약과 같은 환각효과가 있고 중독성이 강한 '프로포폴'이 89.7%(35건)로 압도적이었다. 이는 미다졸람과 같은 전통적인 수면마취제에 비해 프로포폴이 호흡억제를 더 심하게 유발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례라는 게 의료진의 분석이다.

"마취사고로 5년간 최소 82명 사망"© 연합뉴스 "마취사고로 5년간 최소 82명 사망"

사정이 이런데도 대부분의 사고 의료기관에서는 수면마취가 부적절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마취 전 환자 평가기록이 없는 경우가 92.3%에 달했고, 98.7%에선 수면마취에 대한 기록지도 없었다. 또 6건(15.4%)의 수면마취사고는 수면마취 중 환자 감시 장치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으며, 24건(61.5%)에서는 수면마취 중 보조적인 산소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프로포폴 등의 수면마취에 대한 규제를 전신마취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보건복지부와 협의중이다.

김덕경 교수는 "이번 분석은 의료분쟁까지 간 경우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국내 마취 관련 사고는 매년 100건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비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프로포폴 사용'을 반대하는 미국·유럽 마취과학회의 입장과 식품의약품국(FDA) 규정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이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

Posted by 돈오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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