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서적 베스트셀러 중에서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등의 'X습관' 장르가 있다.

아니, 경영서적만 있는 게 아니지. 잘 생각해보면 자기 계발 서적에 이런 'X습관' 장르의 책들이 넘쳐난다. 성공하는 10대들의 7가지 습관 이라든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든지(글고보니, 저자가 같구나..) 이런 서적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공감할 지도 모르겠다. 몇 권 읽다보면 다들 비슷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성공한 기업들에서 공통점만을 추려 '성공의 비결'을 찾아내어 '요것만 지키면 당신도 성공한다.' 라고 주장하는 데에 있는데, 난 선뜻 이런 책들에 손이 가지 않았다.

웬만한 경영, 경제서적들에는 눈에 가는 나지만...왠지 모를 이유에선지 꺼려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헤일로 이펙트'를 보고, 그 꺼려짐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그 이유는 책들이 하나같이 논리적 허점이 명백한 환상을 심어준다는 데 있었다.


결국 듣고 싶은 걸 들었다는 거다. 건강을 지키려면 때로는 맛없지만 영양가 있는 식단을 먹어야지, 달콤하다고- 시원하다고- 베스킨 XXX 31 아이스크림을 맨날 먹으면 안 되듯이- 우리네 정신세계도 현실을 직시하는 차디찬 비판을 들어야지 달콤한 감언이설을 선호해서는 안 될 것이다.


'X습관' 장르의 논리적 허점은 통계학을 조금 맛보신 분들이라면 이해하기가 쉬운데-

성공한 이들이 공통점이 있다고 해서 이것이 이들을 성공의 길로 이끌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공통점과 성공이 원인과 결과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통점 - >성공 의 인과관계일 수도 있지만,

성공 -> 공통점 이렇게 성공하였기 때문에 그런 공통점이 생기게 되었을 수도 있고,

A -> 성공
A -> 공통점 이런 식으로 특정한 요인 A가 성공을 이끈 요인이 되면서 또한 A가 공통점들의 원인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려운 말로, confounding factor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성공한 기업들은 직원 충성도가 높은데-

직원 충성도를 높인 기업들이 성공하게 되었을 수도 잇지만-

기업이 성공하였기 때문에(우리 기업 잘나가니까_~) 직원 충성도가 높아졌을 수도 있고-(혹을 둘 다 맞는 경우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자유롭고 독립적인 업무환경' 이 기업의 성공을 이끈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또한, 이런 환경이 직원 충성도를 높인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이 경우에 기업의 성공과 직원 충성도는 관계가 없었다고 가정한다...)


나머지 원인들의 자세한 설명은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 연구소스부터 오염되었다:

설문조사 시 경영자들에게 많이 물어보았는데-

실적이 좋은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의 경영자들은 (실제론 그렇지 않은데도)
모든 부문에서 자신의 기업들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못나가는 기업들의 경영자들은
반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이것이 바로 '헤일로 이펙트', 후광효과다)


- 기업이나 개인을 성공을 이끈 요소는 다양한데, 한 가지 요소만 가지고 성공을 분석하였다:

사실 여러 요소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단순히 A -> B 모델을 가정하고 문제를 접근하면, A의 영향이 너무 크게 측정된다.(통계적 방법이라 조금은 어려운 얘기...카이검정, R제곱 @.@)

- 성공하지 못한 기업들의 공통점도 가르쳐 줘야지:

이 얘기는 사실, 대조군이 없다는 얘기와도 상통하는데- 비슷한 조건에 있는 두 사람 또는 기업 중에 특정 한 조건만 다르게 해 놓고 결과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단순히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 찾기는 논리수준에서 대조군이 있는 작품에 비해 밀린다.


- 성공이나 실패의 원인이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난세가 영웅을 낸다고 했다. 성공의 원인이 개인에게 있을 수도 있지만, 주변 환경에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성공의 원인 중 큰 부분이 '운'일 수도 있다. 안철수 쌤도 말하셨다. 성공의 30%는 '운'이라고.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게으름'만으로만 실패할 수도 없다.


나도 잘했지만, 경쟁자가 더 잘해버리면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성공하는 자의 7가지 습관을 지니고도 경쟁자가 더 잘해버리면, 결국 루저가 된다.

성과는 상대적이다. 우리에게 경쟁자가 있는 한.



P.S.1. 조금 지나치게 비판한 건 아닌지 염려가 되서...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을 추출하는 방법은 사실 성공에 관한 '가설'을 세우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된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위의 이야기들이 찾아낸 성공의 법칙(성공의 가설) 중 실제로 맞는 게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건- 아직 '검증'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에 있다고 생각한다.


P.S.2. 의과대학에서 통계학을 배우고, 연구논문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에 대한 눈을 길렀었는데- 어느덧 이런 책들에 홀려버리는 날 발견하였다...참으로 한심스럽다ㅠ 코호트 연구, 대조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 다른 분야에 가면 적용을 못하고 까먹어 버린다.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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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세상과 떨어져 세상을 바라보고 공부하는 공중보건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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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돈오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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