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병만의 열정과 꿈을 담은 집

우리를 위한 도전, 한글주택 월간 전원속의 내집 | 취재 이세정 | 입력 2013.11.08 14:40 | 수정 2013.11.0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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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연예인을 앞세워 주택 홍보를 하는 건 아니었다. 개그맨 김병만 씨는 건축학 전공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주택 형태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직접 망치를 들고 구슬땀을 흘렸다. 그가 이번에 도전한 것은 개인의 집이 아닌, 누구나 쉽게 짓고 누릴 수 있는 만인의 집이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경기도 가평군
대지면적: 515.91㎡(156.33평)
건물규모: 지상 2층
건축면적: 71.71㎡(21.73평)
연면적: 119.66㎡(36.26평), 1층 - 66.31㎡(20.09평), 2층 - 53.35㎡(16.16평)
건폐율: 13.90%
용적률: 23.19%
주차대수: 2대
최고높이: 6.95m
공법: 기초 - 철근콘크리트, 지상 - 마감 일체형 단열 거푸집 공법
구조재: 벽 - 철근콘크리트
지붕재: 철근콘크리트 + STS 접합강판
단열재: 압출법보온판(가등급)
외벽마감재: 노출콘크리트(발수제) + STS 접합강판
창호재: 합성수지 시스템창호 (THK24복층유리)
내벽마감재: CRC보드 + 비닐계페인트
바닥재: 패널히팅(온수배관난방) + 마루판
설계: 디엔비건축사사무소 02-564-4675 www.dnbarch.co.kr
시공: 한글주택마을 1577-5264

[공정별 시공비 내역서]
가설, 토공 골조 및 단열공사 6천480만원
창호 및 금속공사 2천160만원
방수 및 미장 1천80만원
계단설치 720만원
전기공사 720만원
설비공사 648만원
도장공사 288만원
마루공사 360만원
기타공사 39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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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1억2천852만원

"과연 어떻게 짓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좋은 집일까?"
누구나 이 같은 질문에서 집짓기를 시작한다. 목조주택, 황토주택, 콘크리트주택 등의 수많은 주택의 종류가 있고 기술 발전에 따라 집을 짓는 소재 또한 다양해져 가고 있다. 또한 집의 성능이라 말할 수 있는 단열기술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지금의 주택 건설 시장에서는 회사에 따라 또는 지어주는 사람에 따라 건축비 차이도 현저하다. 시공 기술에 대한 정확한 잣대 없이 인맥과 운에 맡겨야만 하는 집짓기는 건축주에게 불안만 안긴다.

김병만 씨는 가장 표준화된 시스템으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자신의 집을 지을 수 있는 롤모델을 꿈꿨다. 그는 오랜 바람이기도 했던 내 집 짓기를 통해 모든 건축주들의 숙제를 같이 풀어내 보기로 했다. 이는 개그맨과 연기자로서 그가 보여주었던 열정과 맥을 같이 한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가칭 '1억 주택 만들기'이다. 샌드위치패널, 조적식 등 저가 주택이라면 그 이하도 가능하겠지만, 유지관리와 단열 등 집의 성능을 생각해 최소한의 예산을 결정했다. 그는 손을 잡은 건축사, 시공회사와 함께 1억원으로 지어진 집들을 수없이 답사하고 그 구조를 검토하며 기획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공정을 최대한 단순화해서 공사기간과 인건비를 줄인 결과, '고단열 에너지 절감형 콘크리트 주택'으로 중지가 모아졌다.

건물의 배치나 규모는 개인의 취향을 배제하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다. 일정한 모델을 주축으로 삼고 여기에 빼고 더하는 식의 모듈러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건축주들이 자신의 취향과 가족 구성원, 자산 등에 따라 레고 블록 같은 모형을 갖고 직접 조립하면서 건물을 구상하는 것이다. 건축가와 함께 모듈을 조립해 나가면서 기본적인 레이아웃을 만들고 여기에 전문 설계자의 디테일이 더해져 디자인을 입히고 효율적인 공간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김병만 씨 역시 28평에 1억원이라는 목표로 직접 모듈을 조합해 설계했다. 각 모듈은 4평 면적이다.

↑ 벽과 바닥은 최소한의 인테리어로 하되 가구와 소품에 힘을 주었다.


그는 총 7개의 기본 모듈을 사용해 배치와 규모를 정하고 여기에 아내를 위한 알파룸과 딸을 위해 테라스가 딸린 방을 더했다. 결국 총 36평 규모의 'ㄷ'자 집이 그려졌다. 그를 상징하는 대명사 '도전'의 'ㄷ'자와도 같은 모티브다. 8개월간 진행된 한글주택 프로젝트에서 절반에 달하는 기간 동안 공법을 정하지 못했다. 건축사와 시공사, 시행사, 에너지 업체, 기계 및 전기 설비, 구조회사 등 전방위 전문가들이 참여해 토론을 이어갔다. 각 공법의 장단점 등을 따지기에 앞서 집의 확실한 성격을 먼저 정하기로 했다. 전문가 집단은 '단열'과 '방수', '내진'을 목표로 정하고 성능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국 택한 공법은 마감일체형 단열거푸집이다. 외장거푸집은 FRP를 사용해 매끈한 면의 노출콘크리트로 하고, 내부 거푸집은 단열재와 내부마감재인 CRC보드를 합지해 만든 내벽용 거푸집을 해체 없이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벽지나 도료 등으로 마감하는 간편한 공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열재 전체가 집 전체를 마치 보온병처럼 감싸야 하며 그 단열재가 콘크리트에 완벽하게 접착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타설시 내부 거푸집으로 사용되어 타설되기 때문에 기밀성이 뛰어나 단열성능이 우수하고 누수의 위험도 사전에 막아준다. 거푸집은 모두 300㎜의 규격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창호를 사전주문할 수 있고 오차를 최소화한 골조로 기밀과 방수에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건축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거푸집 공사였다. 완벽하게 매끈한 콘크리트 면을 뽑기 위해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었다. 처음에는 일본산 거푸집을 임대해 사용했지만, 단열재의 두께를 조정하여 단열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부가적으로 소요되는 자재비가 너무 높았다. 또한 제한된 치수 내에서만 설계해야 되는 단점이 있어 현장에 따라 사용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었다. 결국 한글주택 팀은 우리나라의 주택 상황에 맞는 거푸집을 새로이 제작하기로 했다. 지난 9월부터 강화된 단열 기준에 부합해 단열재 두께를 2배 이상 키우고 현장 적응성을 높이는 디테일을 더해 꾸준히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 노출콘크리트의 입면은 실내에 그대로 구현해 주택 내외의 조화를 보여준다.


[INTERIOR SOURCES]
페인트: 비닐계 페인트
주방 벽면 마감재: 국산타일
욕실 타일: 국산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대림 및 국산
조명: 을지로
바닥재: 이건 강마루, 국산타일
주방기기: 라자가구
현관문: 단열 도어
방문: 주문 제작
데크재: 방부목
계단재: 철물 제작 후 티크목

Interview _ 개그맨 김병만 씨

"집짓기 도전, 만족감은 결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

평소 '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요?

서울의 첫 보금자리였던 옥탑방부터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집은 늘 제겐 따뜻한 쉴 곳이 되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마당 있는 집, 나만의 집을 늘상 꿈꾸며 살았지요. 가평집은 그러한 저의 꿈이 녹아 있는 드림하우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 무엇보다 집에 대한 갈망이 컸기 때문에 이왕이면 다른 이들의 꿈도 같이 실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하나의 집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본인 집 한 채 짓는 일도 참 벅찬 일인데, 다수를 위한 집을 구상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서울 근교에 작은 집 하나 마련하는 게 참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주택은 난방비, 전기세 등 유지 관리비도 만만치 않고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집,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는 좋은 집을 합리적인 가격에 짓는 게 가능할까 궁금했습니다. 가능만 하다면 많은 이들이 더 나은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요. 

건축회사에서 단순한 홍보 수단으로 김병만 씨의 이름을 내세운 건 아닌 지 의심도 좀 들었습니다.

쑥스럽지만, 저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 중 한 명입니다. 건축가로서 첫 도전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글주택들이 모인 단지는 저와 비슷한 꿈을 가진 입주자들이 모여 공동체를 꾸려갈 것입니다. 스케줄이 허락하는 대로 앞으로 지어질 한글주택 현장들도 직접 발로 뛰며 참여하고 싶습니다.

입주 후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지요?

아직 본격적으로 입주한 건 아니고 촬영이 없을 땐 이곳에서 쉬면서 충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고기도 구워먹고 뒷산에 올라 잣도 따보려고 합니다. 가족들이 땅을 밟고 지낼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 그 만족도를 수치로 따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집짓기를 꿈꾸신다면 망설이지만 말고 도전해보세요. 저처럼요(웃음)!

↑ 지붕과 2층 침실에서 보이는 전경

↑ 2층 드레스룸은 작은 파우더룸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다.

채광이 좋은 2층 복도. 고단열 창호로 유지 관리비를 최소화했다.

↑ PLAN - 1F

↑ PLAN - 2F

한글주택의 인테리어는 화려하지 않다. 빠듯한 예산의 70%를 보이지 않는 단열, 방수, 내진에 할애했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바닥과 벽은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고, 기타 가구 및 소품들로 부족한 인테리어를 채워 나갔다. 김병만 씨 역시 이런 의도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인테리어는 언제든 바꿀 수 있지만 집의 성능은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그였다. 김병만의 한글주택은 단독주택에 대한 꿈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 현실적인 롤 모델을 보여준 데 의의가 있다. '싸고 좋은 집'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제 두 번째 출발점에 섰다. 불신으로 가득한 국내 건축 시장에 그의 도전정신이 어떻게 빛을 발할지 계속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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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돈오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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