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은 이 법 규정의 적용을 받는 대상과 구체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사후매수 행위의 경우 사전에 후보에게 이익을 제공하거나 수수하는 행위 못지않게 중대한 선거 부정행위로서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곽 전 교육감은 대법원 확정 판결 선고로 교육감직을 상실한 동시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선거 비용 35억2000만원도 반납해야 한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27일 오후 2시 30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후 서울시교육청 청사를 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사후 매수죄에 대해) 위헌 결정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오후 1시 30분쯤 교육청 대강당에 직원들을 모아놓고는 "지난 1년간 온갖 오해와 비방을 받았다"며 "어처구니없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았다"고 했다. 스스로 '법치주의 전사' 라고 했던 곽 전 교육감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대해서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직원들에게 표명하고 떠난 것이다.
'나는 옳고 선하다'는 곽 전 교육감의 태도는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8월 말부터 1년간 변하지 않았다. 그를 교육감 단일 후보로 내세운 좌파·진보 진영 인사들의 행동과 태도도 비슷했다. 선거에서 상대방 후보를 돈으로 매수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큰 죄임에도, 좌파·진보 진영 인사들은 지난 1년여간 조직적으로 곽 전 교육감을 감싸고 옹호해 온 것이다.
이들은 "선의로 2억원을 줬을 뿐"이라는 곽 전 교육감 주장을 그대로 옮기며, 검찰과 언론을 "정치적 수사와 거짓 여론몰이를 한다"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27일 대법원에서 곽 전 교육감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곽노현 구하기'에 매달렸던 그들의 도덕적 이중성(二重性)이 드러났다.
지난해 9월 검찰이 곽 전 교육감을 후보 매수 혐의로 수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2010년 교육감 선거 때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를 주도했던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조승현 방송통신대 법대 교수 등 소위 좌파·진보 진영 인사들이 "단일화 과정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곽 전 교육감이 건넨 2억원이) 대가성이 아니라는 것은 교육감이 국민께 소상히 보고하지 않았느냐"며 "곽 교육감은 매우 독특한, 윤리적인, 자존심이 강한 분"이라고 했다.
진보 진영 원로로 교육감 후보 단일화 중재를 맡았던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9월 페이스북에 "후보 단일화 당시 곽노현, 박명기 두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금전 거래 약속도 없었음을 확신한다"고 했다. 백 교수는 또 "저는 곽노현 교육감이 말한 '선의의 지원'이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능했던 일이라고 수긍하게 됐다"고 곽 교수를 두둔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박 교수와 곽 교육감 측 인사 간 단일화 대가의 금전 거래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백 교수의 주장 역시 억지였음이 확인된 셈이다.
전교조 등 진보 진영·단체들은 조직적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뒤에도 곽 전 교육감을 옹호했다. 전교조는 "사후 매수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임박한 시점에서 대법원이 정치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충분한 곽 교육감 판결을 강행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행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또다시 사회적인 혼란을 부르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유영옥 경기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진보·좌파 진영은 교육감 선거 후보 단일화 과정에 직접 참여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자기변명'을 하기 위해 곽 교육감이 무죄라고 주장해왔고 지금도 그런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사회·교육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