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35)의 '강남스타일'이 15~16일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이튠즈'의 음원과 뮤직비디오 차트 1위에 올랐다. 아이튠즈 음원 차트는 미국 인터넷·모바일 이용자들이 애플의 온라인 음악 매장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유료(0.99달러~1.99달러)로 음악을 내려받은 횟수로 집계한다. 싸이는 아이튠즈 차트가 있는 세계 22개국 중 호주·덴마크·캐나다·네덜란드·뉴질랜드·노르웨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박은석씨는 "유료인 아이튠즈 차트 석권은 싸이가 대중음악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단순히 '화제가 되는' 수준을 넘어 상업적 성공 가능성까지 열었다는 점에서 일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싸이와 강남스타일의 어떤 점이 이렇게 외국 음악팬들을 매료시킨 것일까? 해외 주요 언론과 칼럼니스트들의 눈을 통해 요인을 분석해봤다.
①뮤직비디오의 독창성
외신들이 주목하는 건 우선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다. 이것을 세계에 퍼뜨린 유튜브와 SNS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 싸이가 세계 대중의 기호를 정확히 간파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도미니크 바설토는 최근 인터넷 기사에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대중의 시선을 쉽게 끌 수 있는 요소들로 이뤄져 있고, 특히 언제든 스스로 패러디·리믹스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무명의 한국 가수가 미국 주류 음악계로 파고드는 원동력이 됐다"며 강남스타일을 '혁신 사례'로 들었다. 미국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은 14일 '강남스타일'을 10~20초 단위의 12개 장면으로 쪼개 분석하면서 "그저 웃기고 조롱하는 뮤직비디오였다면 1억7000만여건(14일 현재)의 유튜브 조회 건수를 기록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작품의 완성도를 부각시켰다.
②'글로벌 코리아'에 대한 관심
전문가들은 '강남스타일 열풍'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로 이 곡이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돼 있는데도 영미권에서 큰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제목 '강남'의 의미 등 국제적으로 '뜨는 나라' 한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강남스타일을 띄운 원동력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한 예로 영국 가디언지는 "이 노래는 한국의 부(富)의 7.1%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지역의 빈부 격차를 풍자한 노래로 알려져 있다"고 '강남'을 소개했다. 미국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는 13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과 댄서들이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생방송을 내보내면서 강남을 '갱남'으로 발음해야 할지 '강남'으로 발음해야 할지 알려주기 위해 한인 스태프를 강사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13일 인터넷판에서 '강남스타일'을 "서울 강남의 화려한 삶과 연관된 생활 방식"이라며 주요 단어로 소개했다.
③저작권에 대한 개방적 태도
싸이가 저작권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아 세계 각지 팬들이 '무제한 패러디'를 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인기 상승의 주요 요소로 꼽힌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조랑말 애니메이션을 등장시킨 '포니 강남스타일', 북한 군대를 패러디한 '평양스타일' 등 5개를 '꼭 봐야 할 강남스타일의 다른 버전'으로 소개했다. "싸이가 저작권을 포기하고 패러디를 독려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 대성공의 요인"이라는 KT 경제경영연구소의 12일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④유력 매니지먼트사의 위력
미국에 아직 음반도 내지 않은 싸이가 아이튠즈 1위까지 차지하게 된 데에는 그가 최근 미국의 각종 인기 TV·라디오 프로에 잇따라 출연함으로써 대중과의 접촉 빈도를 급속히 늘린 게 주효했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 싸이는 4일 메이저 음반사 유니버설 뮤직, 저스틴 비버 등을 전담하고 있는 거물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과 각각 계약을 맺은 이후부터 NBC '엘런 드제너러스쇼'와 '투데이쇼', 미국 최고 시사 코미디 프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잇따라 나왔다. 미국 내 싸이 열풍을 '유력 매니지먼트사의 힘'으로 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