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 내 인생의 매뉴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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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훈(조은현대병원 응급의료센터 과장)
사람을 변한다. 드라마처럼 극적인 경우도 있지만 전 생애에 걸쳐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스스로 때로는 타의에 의해 변하지만 살면서 만나는 사람과 사건을 통해 방향이 결정된다. 윤지훈 선생은 그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자신의 의지를 좀 더 적용시키고 싶어 하는 편이다. 그래서 좀 더 진지하게 책을 읽고 있다는 윤 선생에게 ‘자기 계발서’는 새로운 발견이다. 자기 계발서 자체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제어하기 위한 일종의 ‘매뉴얼’이라고 보면, 그가 자기 계발서에 매료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겠다.
“제가 저희 의국 매뉴얼을 제작하기도 했을 정도로 정리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자기 계발서라는 장르를 처음 접했을 때 인상 깊었어요. 실제로 인생에 도움도 되고요. 레지던트 때 의료기사 등 다양한 분야의 동료들과 일하면서 사람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하죠.”
사실 윤 선생이 자기 계발서를 읽기 시작한 지는 4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김용의 <사조영웅전>을 10여 차례나 읽을 정도로 무협지도 좋아하고, 이정하, 조병화 시인의 시집은 거의 섭렵하는 등 감상적인 독서를 주로 했었다고.
“시는 마음 맞는 친구라고 보면 되죠. 찾긴 힘들지만 발견하면 서로 깊이 공감하는 사이가 되잖아요. 처음에는 작품을 가리지 않고 읽었는데 나중에는 제게 맞는 시인을 찾았죠. 이정하 시인과 조병화 시인이에요. 이정하 시인은 서정적인 사랑시로 유명한데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곤 했어요. 조병화 시인은 누구나 알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시집을 가장 많이 낸 분이기도 하죠. 45권인가로 알고 있는데 제가 갖고 있는 조 시인의 시집이 40권 쯤 되는 것 같네요.”
절판된 것은 출판사에 연락해 직접 구하고, 선물용으로 넉넉하게 구입해둘 정도였단다. 김용의 작품은 고등학교 때부터 열 번은 읽었을 정도로 재미있었던 작품이다. 무협소설이나 SF소설은 ‘스케일’이 커서 좋다. 3대에 이르는 일대기나 은하계가 멸망하고 생성되는 초시공적인 SF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하는지 보는 것이 무척이나 재미있다고. 인간의 행동과 반응을 분석하고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하는 자기 계발서에 윤 선생이 끌리는 것이 또다시 설명되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그거라고 하지만 좋은 자기 계발서도 많아요. 특히 오래전에 나온 책 중에서요. 절판된 경우도 많아서 도서관에서 찾아봐야 하지만 사실 제가 도서관에서 오래된 책들을 뒤적거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자기 계발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묻자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중학교 때 읽은 <어린 왕자>를 꼽는다. 데일 카네기 쯤은 나올 줄 알았는데 또 한 번의 반전이다.
“동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어른이 되면서 고민이 있을 때 이 책을 읽으면 해답을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책을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끊임없이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다보면 지금 읽는 책이 어떤 책이든 그 안에 있는 실마리가 보이는 거죠.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오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그런 비법을 터득해서인지 이젠 자기 계발서는 충분히 읽었다는 생각이 든단다. 대신 이젠 책에서 읽은 것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기 계발서가 행동의 변화를 최종 목표로 두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윤 선생이야말로 제대로 된 자기 계발서 독자인 셈이다.
윤 선생이 내놓은 독서목록에는 사랑, 용서, 관계, 상식, 경제 등의 ‘테마’가 적용돼 있다. 결혼하기 전 사랑에 관한 책을 읽었다는 그다. 자기 계발서를 일종의 인생 매뉴얼로 참고하고 있는 그의 독서패턴이 드러나는 목록이다. 슬쩍 내놓은 책은 해리슨이라도 되는 양 색색깔 줄, 군데군데 붙어있는 메모지, 쪽마다 붙어있는 표시 테이프가 눈에 들어온다.
“책에다 글을 쓰는 것은 자기와 대화하는 것과 비슷하죠. 옛날 메모도 주기적으로 보는데 예전 글에다 새로운 감상을 덧붙이면 나중에 봤을 때 생각의 변화도 느껴지고요. 그래서 책을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예요. 속독을 배워보려고도 했는데 나중에 정독이 더 좋다는 얘기를 듣고 재빨리 포기했죠, 하하.”
그가 이렇게 열심히, 진중하게 책을 읽는 것은 언젠가는 자신만의 인생 매뉴얼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읽을 만한 책을 찾기도 하지만 요즘 잘 팔리는 책은 어떤 유형의 제목을 달고 있는지, 표지 디자인은 어떤지 유심히 보기도 한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가는 서점 나들이는 그래서 더 즐겁다.
“지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면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길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 계발서들은 참 의미가 있죠.”
윤지훈 선생이 추천하는 책들은 안타깝게도 지금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책들도 있다. 하지만 윤 선생은 도서관에서는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친절한 안내도 잊지 않는다. 윤 선생 독서목록의 실체가 궁금한 분들은 오랜만에 근처 도서관이라도 찾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어떨지.
윤지훈 선생이 추천하는 책들
‘사랑’에 관한 책
사랑은 배워야할 감정입니다 / 월터 트로비쉬 / IVP
사랑과 용서에 관한 테마에서는 기독교 관련 책이 좋다. 종교적 색채가 없는 책이 좋지만 사랑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라고. 얇고 사람에 따라 시대에 안 맞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 생각해볼 만한 사랑에 대한 의견이다.
‘용서’에 관한 책
사랑과 인생에 관한 클리닉 / 제럴드 잼폴스키 / 글사랑
역시 기독교 목회자가 저자인데 용서에 대한 내용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인간관계'에 관한 책
인간관계에도 지혜와 법칙이 있다 / 데일 카네기 / 꼬마나라
인관관계에 대해서는 제일 잘 정리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분류도 잘 되어 있다.
'자기 계발'에 관한 책
나에겐 분명 문제가 있다 / 데이비드 리버만 / 창작시대
자기 내면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책이다. 문제점에 대해 잘 설명하고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상식'에 관한 책
고전인 <탈무드>만한 책이 없는 것 같다.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위생, 건강에까지 의사의 입장에서 봐도 타당한 교훈을 주는 내용이 많다. 평생 읽으면서 자신만의 탈무드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경제'에 관한 책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 기요사키, 레흐트 / 황금가지
책 속에 나오는 게임을 팔려고 쓴 책이라는 것을 알고 읽지 않으려 했는데 뒤늦게 읽고 감탄했다. 단순한 경제에 관한 책이 아니라 인생의 지침을 알려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