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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10 사물 인터넷

사물인터넷] 사물이 똑똑해질수록 불안감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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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데이터 관리, 환경위협, 에너지 관리 등 해결과제]

머니투데이

IoT가 생활속으로 들어올수록 다양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기아차가 지난 5월 선보인 웨어러블 케이

 

 

2012년 7월 프랑스 파리의 맥도널드 매장에서 웨어러블 컴퓨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티브 만 미국 토론토대 교수가 여러 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착용하고 있던 디지털 아이글라스를 떼라고 요청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구글의 글라스가 초기 개발자나 사용자들에게 공급된 이후 미국의 레스토랑, 영화관, 바에서 많은 충돌이 일어났다. 쫓겨나기도 하고, 신고가 되어 정부 요원에게 조사를 받기도 하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아직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진입해 가는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일반 시민들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웨어러블 기기를 부착한 사람들이 어떤 시민 본인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자기 프라이버스를 침해하거나 사회의 기본 관념을 넘어서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자 하면 그 모습이 노출되고 누군가 어떤 동작을 하는지 알 수가 있는 반면에 글라스 같은 것은 확인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침해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도록 만든 것이다. 부랴부랴 구글은 글라스 익스플로러(바로가기link)라는, 사용자들에게 할 수 있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소개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사이트에 올렸다.

많은 기업이나 연구소들은 산업 전망을 2020년에 500억 개의 스마트 기기가 공급되고, 우리 주변에 평균 26개의 기기가 존재할 것이며, 전체 1조 달러의 시장이 생성될 것이라며 매우 긍정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런 거대 시장을 기대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과연 IoT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점검이 필요하다. 소셜미디어 시대와 모바일 시대가 주는 사회 변화의 의미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받아들이면서 루머 확산, 사칭과 사기, 분열, 집단주의 편향, 프라이버시 침해 등 사회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활용과 범위의 한계 논의 시급

스마트한 기술을 갖춘 한 세미나 장을 가정해 보자. 많은 사람이 들어차 있는 방에 있는 에어컨은 사람들이 느끼는 온도와 습도를 측정해서 모든 사람이 가장 쾌적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런데 각자가 느끼는 온도, 습도를 측정하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와 에어컨은 어떻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것인가? 누가 언제 어떤 조건으로 데이터를 전달하는 것을 승인할 것인가? 전달된 데이터는 언제까지 가질 수 있는가? 데이터를 에어컨뿐만 아니라 건물 시스템 또는 제조사에 전달할 수 있는 것인가? 각 개인의 기기에서 잘못된 측정 데이터가 전달되어 방이나 건물 시스템 오동작을 유발했다면 누가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는 것인가? 이런 모든 문제는 아직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

2013년 1월 영국 옥스퍼드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 윌리엄 더턴(William H. Dutton) 교수를 중심으로 많은 학자가 모여서 IoT 시대에 논의해야 하는 사회 이슈에 대한 학제 접근 방식의 연구 과제에 관해 토론했다. 이 워크숍에서는 향후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사회, 법, 윤리 과제를 18개나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하는 것으로는 다음과 같다.

■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 IoT를 사용하는 선택의 권리

■ 휴대전화와 같이 사람과 연관된 기기의 사회 이슈 ? 옷은 어떻게 할 것인가?

■ 해킹과 보안 문제

■ 데이터의 소유와 사용권

■ 공공 안전과 보호 문제

■ 기기의 노후화 문제와 기기 사용자 사망 시 그에 대한 데이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주제는 프라이버시와 데이터에 관한 것이지만 수천억 개의 기기들이 가져올 환경 위협, 에너지 소비, 디자인의 윤리 측면, 문화 차별 방지 등 주제들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런 얘기들은 IoT가 사회에 나쁜 영향만을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워낙 큰 변화이기 때문에 우리가 논의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공동체에서 더 의미 있는 함의를 끌어내고 가상의 위험성을 사전에 최소화하자는 의미다.

사물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

IoT를 단순히 똑똑한 기기 도입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초보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IoT가 인간 사회에 가져올 큰 변화의 하나는 우리가 이제 지능을 최고로 발휘하여 판단해서 의사 결정에 참여하거나 자신들이 개별로 커뮤니케이션과 협의하는 사물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주제는 앞으로 도달할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와 더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클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과 마주쳤을 때 우리 둘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기들 간에 어떤 정보를 서로 주고받고, 각자 소유자에게 알려 주고, 내가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업로드하고, 이를 다시 집이나 직장에 있는 기기에 전달하는 과정을 어떻게 안전하면서도 유용하게 디자인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물론 IoT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의 영향 또한 매우 다양하게 나열할 수 있다. *네스트의 온도조절기가 단지 똑똑한 온도조절기가 아니라 우리 가정의 에너지 소비를 20% 줄이게 해 주고, 무인자동차가 교통을 원활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제로 시대를 가져오고, **홈채트 같은 새로운 기술 응용은 가족 구성원의 변화와 가족 간의 새로운 대화 채널을 만들면서 인간 사회를 더욱 따스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기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사용될 수 있는 많은 기기의 역할 및 안정성과 생성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효과 있게 활용할 것이며, 사회 구성원 전체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과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단지 IoT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업이나 기술자에 의해서만 협의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의 전문가들이 학제별 연구와 토의로 이루어져야 하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에 중요한 의사 결정이기 때문에 IoT를 단지 기술의 발전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새로운 책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IoT 등의 기술이 공유경제의 수준을 한 단계 진보시키며, 우리 사회의 협력 공공재를 크게 활성화시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초연결 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주장이 들어맞을 것인가는 잠재된 위험성이나 초래할 사회 이슈를 우리가 얼마나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steve3034@gmail.com
Posted by 돈오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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