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었던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의 인터뷰 기사인데.. 

문득 떠올라서 올려 봅니다. 

기사 원문이 길어서 주요 부분만 정리해 올립니다. 
새겨 들어야 할, 뼈 아픈 지적이 많습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하던 채현국 선생을
 
지난 12월23일 조계사 찻집에서 어렵사리 대면했다. 

검은 베레모에 수수한 옷차림, 등에 멘 배낭은 책이 가득 들어 묵직했다. 

노구의 채현국은 우리 일행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 깍듯이 존대를 했다.



-"왜 그렇게 인터뷰를 마다하시나?"

"내가 탄광을 했는데..
 
사고가 나서 많이 죽고 다쳤다.

결국은 내 책임 아니겠나? 자연재해도 아니고...

나는 칭찬 받는 일이나, 이름 나는 일에 끼면 안되는 사람"



대구 출신 

서울대 철학과 졸업 

부친과 함께 강원도 삼척에서 흥국탄광 운영

(당시 개인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었던 거부)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쫓기고 핍박받던 민주화 인사들, 

김지하, 황석영, 고은 작가 등의 수배자들에게 은신처 제공.. 

여러 민주화운동 단체에 자금을 대주었고, 

해직 기자들에게 집을 사 주었으며, 

비평지 <창작과 비평>의 운영비가 바닥날 때마다 후원.. 

1972년, 박정희가 유신 집권을 선포하자 

흥국탄광을 정리하고 

종업원들에게 모든 재산을 다 분배해 준 뒤 떠남.


"내가 정치인은 아니지만 군사독재 무너뜨리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했는데.. 

1973년 오일쇼크가 터져서 석탄 캐는 게 노다지 장사였다. 

돈 버는 건 마약 같다. 
뭘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지 빤히 보이니까.

돈 버는 재미에 빠지면 
정의고 나발이고.. 삶의 목적도 잃겠더라고.

그래서 탄광을 정리해서 종업원들에게 모두 나눠줘 버렸다"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모든 건 이기면 썩는다 

 아비들도 처음부터 썩진 않았지 

 노인세대를 절대 봐주지 마라
 

-그럼 "산파적인 직업"은 뭔가?

“시시하게 사는 사람들, 
월급 적게 받고 이웃하고 행복하게 살려는 사람들…. 
장의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실제 장의사는 산파적인 사람들인데. 

여하튼 갈등을 먹고 사는 장의사적인 사람들이 
이런 노인네들을 갈등 속에 불러들여서 이용하는 거다. 

아무리 젊어서 날렸어도 늙고 정신력 약해지면 심심한 노인네에 지나지 않는다. 
심심한 노인네들을 뭐 힘이라도 있는 것처럼 꾸며 가지고 이용하는 거다. 
우리가 원래 좀 부실했는데다가… 부실할 수밖에 없지, 교육받거나 살아온 꼬라지가…. 

비겁해야만 목숨을 지킬 수 있었고 야비하게 남의 사정 안 돌봐야만 편하게 살았는데. 
이 부실한 사람들, 늙어서 정신력도 시원찮은 이들을 갈등 속에 집어넣으니 저 꼴이 나는 거다.”
 

-젊은 친구들한테 한 말씀 해 달라. 노인세대를 어떻게 봐달라고….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




-요즘 청년들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보시나?


“아주 고마워! 젊은 사람들 그렇게 하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렇게라도 살아 있어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날조 조작하는 이 언론판에 조종당하지 않고 그렇게 터져 나오니 참 고마워. 

역시 젊은 놈들이 믿을 만하구나. 

암만 늙은이들이 잘못해도 그 덕에 사는구나 하고….”

 

 

 

 

 

 

 

 

 

 

Posted by 돈오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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